여야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된 전현직 법관을 대거 법원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감을 사법농단 국정조사의 ‘전초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수십명이 증인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30일 “민주당은 15명가량의 전현직 법관을 반드시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통화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하려면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를 부르는 수밖에 없다”며 “증인 채택 자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증인이 불출석하는 경우도 (여론을 환기시키는 등) 의미가 크다”며 “출석을 거부하면 동행명령장 발부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신청할 증인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사법농단 의혹 관련 핵심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전현직 법관 17명으로 채워진 증인 명단을 당에 제출한 상태다.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행정처장, 임 전 차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같은 당 법사위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명단까지 합치면 바른미래당이 신청할 사법농단 관련 증인은 2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채 의원은 “영장 기각 등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며 “사법부 스스로 사법농단을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도 민주당, 바른미래당과 비슷한 규모의 증인 신청 명단을 작성했다고 한다. 겹치는 인사를 제외하더라도 여야의 신청 명단은 30명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높다.
증인 명단은 여야 협의를 통해 이르면 이번 주 초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3당 간사들은 1일부터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현직 법관이 증인으로 대거 채택되면 법원 국감은 사실상 사법농단 국조의 전초전이나 다름없게 된다. 다만 이들 중 대부분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어 수사를 핑계로 국감을 ‘보이콧’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은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사법농단 연루자들이 불출석할 경우 법원을 향한 비판 여론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특별한 사유 없이 국감에 불출석할 경우 형사처벌도 따른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국감 등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 등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법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질수록 국조 추진, 법관 탄핵 움직임은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법사위 소속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법농단 의혹 관련) 국회가 할 일로 국조와 탄핵이 거론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여야 협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
[단독] 양승태 등 전현직 법관 수십명 증인 신청…국감, 국조 전초전 예고
입력 2018-09-30 18:15 수정 2018-09-30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