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에 다니는 A씨(36)는 4년 전 결혼해 서울에서 전세를 살고 있다. 전세살이를 끝내고 싶지만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가 오르고 있어서 주택 매입을 주저하고 있다. A씨는 “차라리 처음부터 대출을 받아 집을 샀어야 했다는 생각만 든다”며 “이대로는 영영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에 시장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월부터 은행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본격 도입되면 대출 받기는 한층 까다로워진다. 저축은행이나 다른 금융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보험사에도 30일부터 DSR 규제가 시범 도입됐다.
DSR은 부채를 산정할 때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모든 종류의 대출을 따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에는 자체 DSR 기준에 걸려도 심사역이 승인하면 대출이 가능했는데, 관리지표로 본격 도입되면 사실상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DSR 70∼80%를 ‘위험대출’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득이 충분치 않고, 이미 대출이 있다면 추가 대출 길이 막힐 수 있다.
다만 실수요자 피해가 없도록 세심한 조치가 필요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규제는 원래 금융회사 건전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나친 규제가 동원되면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슬금슬금 오르는 대출금리도 실수요자에겐 부담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 안에 연 5%대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금리가 실수요자에게 부담될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만약 기준금리가 2번 정도 오르면 대출에 부담을 주고,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에 맞춰 집을 구입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 구입 대출은 20∼30년을 갚아야 하는데 소득의 절반을 원리금 상환액에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택 구입 대출은 DSR 30∼40% 선으로 옥죄고, 다른 단기자금 용도는 풀어주는 식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전 금융권 DSR 강화·대출금리 인상 초읽기… 고민깊은 실수요자들
입력 2018-10-0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