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재철 의원 주장이 공감대를 얻으려면

입력 2018-10-01 04:05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예산정보 무단 열람·유출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다. 기획재정부는 청와대와 정부의 예산정보 수십만건을 불법 열람, 보관하고 공개했다며 심 의원과 보좌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여야 공방이 격화되면서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를 앞둔 정기국회가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이 앞선다.

검찰 수사에 대해 한국당은 “국민의 알권리를 봉쇄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심 의원의 불법성 여부는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국민의 시각에선 청와대와 정부가 예산을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고 있는지가 훨씬 궁금하다. 심 의원 폭로대로 청와대 직원들이 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했거나 업무추진비를 엉뚱한 곳에 쓴 게 사실이라면 심 의원의 행위를 칭찬은 못해줄망정 비난할 일은 못된다. 국회의원이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심 의원이 폭로한 사례는 이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심 의원이 주장한 3건의 미용시설 이용은 혹한기 외빈을 경호했던 군인과 경찰 10명이 목욕탕을 이용한 1건과 혹한기 경계근무 지원에 나선 의경 등에게 치킨과 피자를 보내준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탁현민 선임행정관 등 13명의 직원들에게 부당하게 회의수당을 지급했다는 폭로 또한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내핍’을 홍보해준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30일 “군인을 위로하기 위해 사우나를 시켜줬다면 예산사용이 금지된 업무추진비가 아닌 별도 예산이나 사비로 충당해야 했다”는 반박자료를 냈다. 미용시설을 이용했다는 종전의 주장을 번복한 것이다. 잘못된 예산 씀씀이를 밝혀내려는 심 의원의 노력을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는 역풍을 부를 뿐이다. 폭로 전, 보다 세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