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삼성 노조와해는 전사적 역량 동원한 조직범죄” 결론

입력 2018-09-27 18:25 수정 2018-09-27 21:26
이병태 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왼쪽)와 장효정 변호사가 27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이달 초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삼성이 3년 내로 지주회사 전환을 안 하거나 못하면 영원히 못한다”면서 “이재용 부회장 결단의 문제”라고 언급한 게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압박한 것이라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뉴시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삼성그룹 및 계열사의 전·현직 임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삼성그룹이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벌인 “전사적 역량을 동원한 조직범죄”로 규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27일 ‘삼성 2인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 최우수 현 대표이사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16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대표 7명,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 3명도 함께 기소했다. 앞서 구속 기소된 목모 삼성전자 전무 등을 포함하면 이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은 현재까지 32명이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실행했던 노조 설립 저지, 세력확산 방지, 노조 탈퇴 유도 등 이른바 ‘그린화 전략’의 배후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있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주도 아래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는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협력업체 노조 와해 작업을 벌였다”면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노조 파괴 작업 실행을 위해 2013년 6월부터 ‘종합상황실’과 ‘신속대응’(Quick Response)팀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운영해왔다. 계열사별로 노조 대응 태세 회의, 임직원 대상 무노조 경영철학 교육 등을 실시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이 확인한 노사 전략 문건에는 노조 설립을 ‘악성 바이러스 침투’로 표현한 부분도 있었다.

삼성 측은 노조 와해 전략 마련을 위해 13억여원의 자문료를 주고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 외부 전문가까지 영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故) 염호석 양산센터 분회장의 아버지 염모씨가 아들의 유서에 따른 노동조합장을 치르지 않기로 합의하며 삼성전자서비스에서 6억8000만원을 받은 정황도 파악됐다.

이번 수사는 지난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팀이 삼성전자 서초사옥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외장하드 속 노조와해 공작 관련 문건이 도화선이 됐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2015년 무혐의 처분했던 삼성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한 재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번에도 이 의장 등 그룹 본사 차원의 윗선은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쳐 총수 일가의 개입 여부는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