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출내역 48만건 손에 쥔 심재철의 투쟁, 청 “추측성 주장”

입력 2018-09-27 18:19 수정 2018-09-27 23:45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 두 번째)이 27일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아가 항의한 뒤 의장실을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당은 문 의장이 검찰의 심 의원실 압수수색을 미리 통보받고도 언질을 주지 않은 것에 항의하며 문 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뉴시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2억4000만원대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썼다고 주장하며 예산집행 내역 일부를 공개했다. 한국재정정보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 접속해 입수한 행정정보를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다.

‘불법 열람·유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디브레인의 비인가 자료 공개를 강행하며 대정부 투쟁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국당도 당 차원에서 ‘심재철 엄호’에 나섰다. 동시에 검찰의 심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동의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도 화살을 돌리는 등 이번 사안을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심 의원은 지난해 5월부터 1년3개월간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확인한 결과 오후 11시 이후 심야시간대와 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2억4594만원(1842건)이 지출됐다고 27일 밝혔다. 정부 예산집행 지침은 심야·휴일의 업무추진비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 술집 등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예산도 3133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명으로 보면 비어·호프·맥주·펍 1300만원(118건), 주막·막걸리 692만원(43건), 이자카야 557만원(38건), 와인바 187만원(9건), 바(BAR) 139만원(14건) 등이다.

백화점업 8828만원(758건), 오락관련업 241만원(10건), 미용실업 18만원(3건) 및 업종 표시가 없는 인터넷 결제 500만원(13건) 등 사용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피고발까지 감수하며 폭로한 내용 치고는 치명적 ‘한 방’ 수준에는 못 미쳤다는 평도 나왔다. 다만 심 의원 측이 37개 기관의 지출 내역 48만건을 확보해 분석 중이고, 보다 민감한 정보는 면책특권이 작동하는 대정부 질문이나 국정감사를 통로로 이용할 수 있어 후속타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국당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심 의원에 대한 고발과 수사를 ‘정권 차원의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전면전을 선언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실도 찾아가 압수수색 동의 문제를 항의했다. 문 의장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실 압수수색 전례를 들자 “어떻게 이 건과 이석기를 비교하느냐”며 반발했다. 의장실 밖으로 “국회의장으로서 창피한 줄 아세요” “그냥 물러나세요” 등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한국당은 28일 대검찰청과 대법원도 항의 방문할 방침이다.

청와대는 “최소한의 확인도 안 한 추측성 주장”이라며 심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일일이 반박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은 업무 특성상 365일 24시간 일하고, 통상의 근무시간대를 벗어난 업무추진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경우도 지침에 따라 증빙자료를 제출받는 등 부적절한 사용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 들고 나대는 꼴”,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분의 몽니가 도를 넘어섰다” 등 심 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호일 이형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