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 새댁 한모(28)씨는 시댁에서 추석 명절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백화점을 찾아 평소 눈여겨본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을 샀다. 그동안 비싼 가격 때문에 구입을 망설였지만 이날만큼은 고민 없이 지갑을 열었다. 추석 전날과 당일 시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아깝지 않았다. 한씨는 27일 “시댁 식구들이 섭섭한 말을 해도 가방을 살 생각을 하며 꾹 참았다”고 토로했다.
추석 연휴 전후로 해외 명품 가방과 의류 등 고가 제품 매출이 늘고 있다. 연휴 기간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소비를 통해 해소하려는 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수시장 불황 등으로 울상을 짓던 유통업계도 관련 매출 증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의 관련 매출 증가세가 뚜렷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추석 당일 직후인 25∼26일 해외 명품 브랜드와 주얼리·시계 등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2017년 10월 5∼6일) 대비 각각 61.2%, 55.7%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해외패션과 여성패션 상품군 매출도 각각 21.6%, 21.3%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디턴족(D턴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명절에 받은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푸는 사람들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며 “업체별로 명절 기간 판촉 계획 수립에 공을 들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추석과 설날 등 명절을 전후해 여성 상품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온라인 쇼핑 G마켓이 지난 20∼26일 명품 잡화와 의류 등의 판매 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올해 설날(2월 12∼18일)과 비교해 각각 93%, 5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남성 고객이 여성 상품을 구매한 경우다.
업계는 명절 음식 준비와 가사 등으로 지친 여성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남성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했다. 김주성 G마켓 마케팅실 팀장은 “자신을 위한 물품 외에도 명절 내내 가사로 지친 아내를 위한 선물을 별도로 준비하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은 추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소비자 잡기에 분주하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추석 나흘 전부터 보석, 여행, 명품잡화 등 고가 상품 방송을 집중 편성했다. 최근 3년간 추석 명절 직전 2주간의 자사 매출을 분석한 결과 패션·잡화 상품 매출이 평균적으로 20%씩 늘었다는 판단에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추석 스트레스 ‘명품 쇼핑’으로 해소?
입력 2018-09-2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