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카드사 통해서도 年 3만달러 해외송금 허용

입력 2018-09-28 04:04

은행이 사실상 독점해 오던 외환거래 시장의 구조가 깨진다. 은행 외에 증권·카드사에서도 해외송금을 할 수 있게 된다. 농·수협을 이용하는 고객의 해외송금액 한도도 상향 조정된다.

해외 여행길의 편의는 증진된다. 내국인이 중국 등 해외에서 전자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으로 환전 신청을 하고 무인환전기에서 외환을 찾는 서비스도 조만간 선을 보인다. 항공사 마일리지를 사고팔 수도 있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입국장 면세점을 들를 수 있게 된다. 다만 600달러 이내 가격의 물품이 진열된다.

규제는 좀 더 줄어든다. ‘퍼스널 모빌리티’(전동킥보드 등 1인 교통수단) 규제처럼 신산업·소상공인과 연관된 생활밀착형 규제 31건이 내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해소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외환제도·감독체계 개선, 입국장 면세점 허용, 생활밀착형 규제 개선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외환제도의 경우 소비자 편의를 높이면서 시장경쟁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증권·카드사를 통해 건당 3000달러, 연간 3만 달러 이내의 소액 해외송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증권사 계좌에 있는 자금의 환전도 가능하다.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이들도 증권사에서 원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도 정비한다. 농협과 수협의 해외송금 한도는 연간 3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높일 계획이다.

새로운 외환 업무도 생긴다. 해외지급·결제가 가능한 금융회사라면 전자지급수단을 활용해 해외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선 QR코드(격자무늬 바코드)를 이용한 전자결제를 쓰고 있는데, 한국인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환전도 온라인 환전업자에게 신청한 뒤 무인환전기기에서 돈을 찾는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도록 문을 연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남거나 부족한 마일리지를 사고파는 거래도 허용키로 했다.

또한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한해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시범운영한 뒤 김포국제공항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1인당 면세한도는 제주국제공항과 마찬가지로 600달러다. 명품 가방처럼 고가 물품을 판매 상품에서 빼는 것이다. 담배도 팔지 않는다.

입국장 면세점의 운영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에만 준다. 경쟁입찰을 통해 결정하고 여기서 발생한 임대 수익은 공익적 목적으로 쓴다는 단서를 달았다. 사업자 선정 등을 거쳐 내년 6월에 개장할 계획이다.

이밖에 정부는 신사업을 창업하는 이들이나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규제를 풀기로 했다. 작지만 당사자에게는 절실한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도로교통법으로는 면허 없이 주행할 수 없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안전·제품·주행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현행법으로는 불법인 댄스스포츠의 학원 등록도 허용한다. 동물원과 숙박시설을 결합한 전문 휴양업 규제도 완화키로 했다.

정부는 각종 규제 개선 방안이 실현되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금융 분야에 특히 기대감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권·카드사의 경우 없던 업무가 생기는 만큼 관련 직원을 더 뽑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