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장로교회 소속 선교사 루터 영(Luther L Young) 목사는 1906년부터 원산과 함흥 등지에서 활동했다. 복음주의자였던 그는 1925년 캐나다장로교회의 3분의 2가 다른 교파와 함께 캐나다연합교회라는 진보 성향의 새 교단을 만들자 가입을 거부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귀국길에 일본 요코하마에 들른 그는 재일 조선인들을 만났다. 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목자 없는 양처럼 방황하며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이를 안타까워한 영 목사는 캐나다에 도착한 뒤 캐나다장로교회에 보고했다. “조선 땅 대신 일본에 살고 있는 조선인들에게 선교를 하고 싶습니다. 나를 파송해 주십시오.”
1927년 캐나다장로교회의 재일동포 선교는 이렇게 시작됐다. 영 목사는 부인 미리암 영과 함께 일본 고베로 갔다. 영 목사는 열정적인 사역을 펼치며 조선인 교회들을 모았고 새로운 교회도 개척했다. 이후 영 목사의 선교팀에 캐나다 선교사들이 합류했고 선교활동이 확장됐다. 1934년까지 교회와 신자 수는 두 배로 증가했다. 영 목사는 캐나다장로교회에 “도쿄를 비롯해 나고야, 큐슈, 홋카이도까지 전도자의 발자취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고 보고했다.
영 목사는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앞두고 외국인 선교사들을 핍박하자 어쩔 수 없이 캐나다로 귀국했다가 1949년 74세의 나이에 일본으로 돌아온 뒤 사역하다 별세했다. 고베 외국인묘지에 안장된 그는 생전에 종종 자녀들에게 “천국에 오거든 나를 한국인들 가운데서 찾으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캐나다장로교회는 지난 90년간 34명의 선교사를 파송, 복음을 전했고 재정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차별 받는 재일동포를 위해서도 힘을 써 존 매킨토시 선교사의 경우 1970년대 한국인의 지문 날인에 반대해 일본 정부로부터 추방을 당했다.
이처럼 재일동포를 위해 일생을 바친 캐나다 선교사들을 기념하기 위한 ‘재일동포 캐나다 선교사 전시실’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근교 ‘내한 캐나다 선교사 전시관’(대표 황환영 장로) 안에 문을 열었다. 내한 캐나다 선교사 전시관은 130년 전 한반도 북부와 간도 지역 복음화, 민족해방에 기여했던 180여명의 내한 캐나다 선교사들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번에 문을 연 전시실에는 재일동포를 상대로 사역을 펼친 캐나다 선교사들의 면면을 담은 기록물과 유물 등이 전시됐다. 로버트 앤더슨 목사 부부의 선교사 파송 증명서, 루터 영 목사 전기, 1973년 글렌 데이비스 목사가 부임한 후쿠오카교회 50주년 기념 팸플릿, 1963년 이후의 선교보고서철 등이다. 전시물들은 관장인 황환영 대표가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해 수집했다.
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 김병호 목사는 27일 “전시실에는 재일동포들의 인권을 위해 싸웠던 선교사들의 흔적이 간직돼 있다. 후대에 선교의 발자취를 가르치는 배움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고통받는 在日 조선인 섬겼던 캐나다 선교사들의 사랑 생생
입력 2018-09-2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