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딘지 맞춰보시라. ‘셰프 복장을 한 남성이 싱싱한 생선을 손질한다.’ ‘무용복을 입은 여성과 남성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운동복 차림의 주인공이 스트레칭 시범을 보인다.’ 식당이나 공연장 등을 상상해볼 테지만 정답은 아니다.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출판 기념행사라는 게 이 장면들의 공통점이다.
시인 이병철(34)은 지난달 말 서울 마포구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에서 일식 셰프 복장으로 독자들 앞에 섰다. 싱어송라이터 강백수의 ‘감자탕’이란 노래에 맞춰 참돔 회를 떴고 참석자 40여명에게 나눠줬다. 낚시 에세이 ‘낚;詩’(북레시피)의 북콘서트였다. 그는 2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책을 내면 회도 뜨고 노래도 들려주면 좋겠다는 얘길 농담처럼 한 적이 있다”며 “나도 즐거웠고 독자들도 재미있어 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다닌 그는 지금도 낚시꾼이다. 책은 낚시를 하면서 느낀 것을 쓴 에세이 55편을 묶었다. 외환위기 후 ‘사장님’이던 아버지가 소시지 행상이 된 모습을 본 ‘그날’부터 “너만 없고 다 그대로”인 풍경의 쓸쓸함을 담은 ‘견딜 수 없다’까지, 낚시를 인생에 유비한 감성적인 글들이다.
출판사 은행나무는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라이브홀 라디오가가에 무용수를 초대했다. 작가 박영의 신작 소설 ‘불온한 숨’에 나오는 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남녀 무용수 2명은 주인공 재인과 맥스처럼 격렬한 호흡을 나누며 역동적인 춤을 음악에 맞춰 선보였다. 음악은 ‘불온한 숨’의 편집자이자 뮤지션인 헤르츠티어가 직접 작곡한 것이었다. 숨죽인 채 춤을 감상한 독자 30여명은 “멋지다” “뭉클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운동 경험을 담은 에세이 ‘마녀체력’을 낸 저자 이영미와 출판사 남해의봄날은 독자들과 직접 운동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 6월 말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독자들을 초청해 달리기 원데이 클래스를 연 데 이어 29일 대구 동구 책방아이에서 같은 행사를 열 예정이다. 저자의 지도에 따라 독자 20여명이 인근 공원에서 10분간 스트레칭하고 20분간 달리기를 한다. 운동 후 소감을 나누고 운동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운동을 강조하는 책의 취지에 잘 맞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행사는 책의 성격에 잘 맞는 이색 이벤트로 눈길을 끌어보자는 데서 나온다. 백다흠 은행나무 편집장은 “책을 읽고 낭독하는 비슷비슷한 출간 행사에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새로운 북토크를 고민하다 보니 책 콘셉트에 맞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회 뜨고 스트레칭 시범 출판기념회가 살아있네!
입력 2018-09-28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