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야외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을 찾아가자. 특히 매년 10월이면 음악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음악 축제가 잇달아 열린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과 경기도 가평 자라섬에서 막을 올리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하 자라섬)이 대표적이다. 잔디밭에 앉아 유명 뮤지션들이 선보이는 공연을 관람한다면 잊을 수 없는 가을날의 추억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GMF는 20∼21일 양일간 열리는데 라인업은 이미 확정됐다. 무려 55개팀이 무대에 오른다. 개성 넘치는 음악으로 단단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뮤지션들이 대거 출연하는 게 특징이다. 밴드 데이브레이크 노리플라이, 싱어송라이터 정준일 선우정아 등 이 페스티벌 단골손님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지션들이 올해에도 무대에 올라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GMF가 처음 열린 건 2007년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형 음악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공연기획사들은 록에 기반을 둔 해외 팝스타들을 초청하는 일에 몰두했다. 하지만 GMF는 국내 실력파 뮤지션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역할을 하면서 서서히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GMF를 찾은 관객은 4만명에 달한다. GMF가 성공하면서 이 페스티벌을 여는 공연기획사 민트페이퍼는 2010년부터 GMF의 ‘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 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도 열고 있다. 한 음반 기획사 관계자는 “GMF는 색깔이 확실한 페스티벌”이라며 “축제 현장을 찾으면 해마다 이 페스티벌을 찾는 관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올해 GMF에서 눈길을 끄는 건 힙합이나 댄스 음악을 선보이는 가수들의 무대까지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박재범 로꼬 자이언티 같은 뮤지션이 출연한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한류스타 보아. 한국과 일본에서 여전히 톱스타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보아는 처음으로 국내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GMF가 서울에서 열리는 가을날의 음악 축제를 대표한다면 자라섬은 대한민국 재즈 페스티벌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북한강이 품은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은 폭우가 쏟아지면 물에 잠기던 ‘버려진 땅’이었지만 2004년부터 열리는 이 페스티벌을 통해 재즈의 성지가 됐다. 한국의 뉴올리언스(미국 재즈의 고향)라는 수식어까지 붙곤 한다. 지난 14년 동안 자라섬이 동원한 누적 관객은 100만명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15회째를 맞은 페스티벌은 12∼14일 3일간 열린다. 국내와 해외의 재즈 뮤지션 24개팀이 출연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미국 뮤지션 칼라 블레이의 무대는 많은 재즈 애호가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83세가 된 블레이는 백발의 머리를 흔들면서 섬세한 연주를 선보이는 재즈 피아노의 전설로 그래미상도 다섯 차례나 받았다.
가수 조용필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그가 남긴 명곡들을 국내 뮤지션들이 재즈로 편곡해 들려주는 기획 프로그램 ‘자라섬 비욘드’도 주목할 만하다. 인재진 자라섬 예술감독은 “자라섬은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 선사할 수 있는 모든 기쁨을 안겨주는 행사”라며 “가족 단위로 찾을 수 있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음악 페스티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10월 어느 멋진 날… 풀밭에 누워 음악을 듣는다
입력 2018-09-28 04:04 수정 2018-09-30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