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다치더라도 그 포지션에 새로운 선수가 또 나오고, 또 나오는 팀이 두산 베어스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고문은 프로야구 개막 직후 가장 주목할 팀으로 두산을 꼽았다. 야구계의 많은 이들이 전년도 우승팀 KIA 타이거즈의 강세를 예상하던 때였다. 하지만 김 고문은 ‘예비전력’까지 탄탄한 두산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두산은 지난 4월 8일부터 1위로 나선 이후 2위로 내려오지 않았다. 지난 25일 정규시즌의 10%에 가까운 12경기를 남겨두고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지었다. 1위와 2위 간 승차가 2위와 7위 간 승차보다 컸다. 우승한 뒤에도 두산의 플레이는 느슨해지지 않았다. 26일엔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9대 8, 9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많은 팀은 두산을 만날 때 정면 승부를 하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의 한용덕 감독이 “두산이 더 멀리 달아나 줬으면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깜짝 돌풍을 일으킨 한화였지만 한때 2위를 맛봤을 뿐, 두산을 끌어내리지 못했다. LG 트윈스는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1승도 없다.
‘화수분 야구’의 기반에는 냉정한 분석과 많은 연습량이 있다. 두산은 개막 전 더스틴 니퍼트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일부 팬이 야속함을 드러냈지만 새 외국인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이내 니퍼트의 빈자리를 채웠다. 린드블럼은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후랭코프는 다승 1위를 기록 중이다.
장원준이 주춤했지만 불펜에서 선발 전환한 이용찬이 제몫을 해줬다. 3선발 이용찬은 127⅓이닝을 던지며 14승을 올려 웬만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불펜에서는 박치국과 함덕주가 호투했다.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은 외국인 타자 없이 이룬 성과이기도 하다. 지미 파레디스(21경기)와 스캇 반슬라이크(12경기)는 1할대 초반에 머물다 조기 퇴출됐다. 차포 중 하나를 떼고 장기를 두는 격이었다.
그런데도 두산의 팀타율은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3할대(0.309)를 기록 중이다. 2006년 데뷔 이후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던 최주환은 올해 장타력이 급상승, 24홈런을 쳤다. 미국 LA를 찾아 ‘재야의 고수’로 불리는 덕 래타 타격코치의 지도를 받은 주장 오재원은 지난해 타율이 0.237이었으나 올해는 0.317이다.
포수 양의지는 한동안 4할 타율을 유지하며 자유계약선수(FA) 권리행사를 앞둔 고감도 방망이를 자랑했다. 4번 타자 김재환은 리그에서 가장 넓은 서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44홈런·132타점으로 홈런·타점 1위다. 그는 KBO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30홈런-100타점-100득점, 3년 연속 300루타를 달성했다.
KBO가 준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한 1989년부터 양대리그 운영 시기를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27차례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 팀이 우승한 횟수는 23차례였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두산 ‘화수분 야구’… 재주 넘는 곰들의 천국
입력 2018-09-27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