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끝낸 한국 금융시장 앞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놓였다. 예정된 ‘이벤트’인 탓에 시장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금융시장의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딜레마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한국시간으로 27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100%에 가깝다. 시장은 연준의 향후 ‘기준금리 행보’에 주목한다. 일단,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확률이 78%나 된다. 이달과 12월에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에 도달한다.
‘바통’은 신흥국으로 넘어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과 자본유출 위험 확대로 이어진다. 신흥국들은 속속 행동에 나서고 있다. 통화가치가 폭락했던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45%에서 60%로 올렸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27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은은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26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FOMC 회의가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한국 기준금리는 현재 연 1.5%다. 연말까지 올리지 않으면 미국과 금리 격차가 최대 1% 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에 따라 한국 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 지속의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리 격차가 0.25% 포인트 확대되면 국내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15조원(국내총생산 대비 0.9%)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를 켜 둔 상태다. 다만 국내 경기 부진과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인상 시기도 불투명하다. 국내 경기가 계속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연내 동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올해 미 연준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 결국 내년 기준금리 인상 스케줄이 중요하다. 시장에선 속도 조절을 기대한다. 키움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소비자·생산자 물가가 모두 안정세라 내년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난달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의 중립금리 수준을 연 2.50∼2.75%로 제시했었다. 중립금리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단기 금리 수준을 뜻한다. 이달과 12월에 이어 내년 상반기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경우 이 수준에 도달한다. 당초 지난 6월 연준은 내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었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국내 증시의 불안요인이었던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두언 KB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내년 기준금리를 두 번쯤 올려 장기적으로 연 3%에 수렴하면 달러는 약세로 갈 것”이라며 “국내 증시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있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 부담은 조금 덜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금리차 더 벌리는 美… 딜레마에 속타는 한은
입력 2018-09-2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