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이비 종교 ‘전능신교’ 발생지 야고우젠을 가다] 도망간 교주 생가, 빗장에 꽁꽁

입력 2018-09-27 00:01
중국 헤이룽장성 아청구 야고우젠에 있는 전능신교 교주 자오웨이산의 생가. 양철문이 있는 부분만 그의 집이다.
자오웨이산이 1970년대 부친을 따라 철길보수 잡부로 일했던 야고우젠역.
중국 최대의 사이비 종교 중 하나인 전능하신하나님교회(전능신교) 신도들이 한국에서 난민신청을 하고 국내 포교에 나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능신교의 발상지를 찾아 중국판 사이비 종교의 발원과 잘못된 교리의 실체를 추적했다.

‘역내 2만7000볼트 고압. 금지진입! 위험!’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동남쪽으로 53㎞ 떨어진 아청구 야고우젠역에는 이처럼 출입을 금지하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지난 19일 찾은 야고우젠역은 전능신교 교주인 자오웨이산(趙維山·65)이 철도국 직원인 부친을 따라 1970년대 철길보수 잡부로 일했던 곳이다. 한국의 간이역과 비슷한 모습이었는데 철문을 열고 정거장에 들어서자 역무원이 달려 나왔다. “전능신교 교주인 자오웨이산이 이곳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모른다.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니 나가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철길 건너편으로 가니 야고우젠중심소학교가 보였다. 소학교 옆 잡초가 무성한 길을 따라 100m를 가니 굴뚝 2개짜리 허름한 적벽돌 집이 나왔다. 자오웨이산이 태어나 20년 넘게 지낸 생가였다. 이곳은 폐가나 마찬가지였다. 집에 접근할 길조차 없어 옆집의 양해를 구해 들어갔다. 양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창문엔 쇠창살이 설치돼 있고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비닐로 밀봉해 놨다.

자오웨이산은 10㎡ 남짓한 이곳에서 부모 및 8남매와 함께 생활했다. 그가 떠난 뒤에도 남은 형제들이 거주했지만 결혼을 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바닥에 앉아 설거지를 하던 왕모(50·여)씨는 “저 집은 내가 이사 왔을 때부터 비어있었다. 20년 넘게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면서 “전능신교 교주가 자란 곳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태어난 자오웨이산은 1981년 호함파에 가입해 열성신도가 됐다. 호함파는 지방교회에서 분열된 조직으로 개인을 숭배해 83년 중국 정부로부터 불법 종교집단으로 규정된 이단이다. 그는 89년 호함파에 불만을 품고 추종세력과 함께 이탈해 ‘영원교회’를 조직했다. ‘교주’가 태어나 사교(邪敎)에 입문할 때까지 거주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폐가나 마찬가지인 이곳의 소유권은 자오웨이산이 갖고 있다.

지난해 이곳을 방문한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이단 종교들은 교주들이 출생하거나 성장한 곳을 반드시 성역화한다”면서 “자오웨이산은 중국 정부의 감시로 생가를 방문조차 못하지만 언젠가는 이곳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 후 자신에 대한 신격화와 신도들의 세뇌교육 장소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오웨이산은 ‘전권의 주’(全權的主)로 활동했다. 91년 헤이룽장성 일대에서 그를 따르는 신도들이 수천명에 이르자 성 정부는 이들을 불법종교로 규정하고 통제했다. 그는 중국 당국의 체포를 피해 허난성으로 피신했고 사이비 교회인 ‘진신교회’를 조직해 본격적인 포교활동에 뛰어들었다. 수하에 6명을 ‘하나님의 화신’으로 세워 전비(全備) 전영(全榮) 전지(全知) 전능(全能) 전권(全權) 등으로 불렀다.

95년경 여 신도인 양샹빈을 전능신으로 신격시키고 전능신의 자리에 ‘여 그리스도’(女基督)를 세움으로서 현재의 조직으로 전환했다. 그는 97년 검거돼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2000년 출소 후 미국으로 도망쳐 2001년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현지 이단전문 관계자는 “자오웨이산은 2000년 양샹빈과 위조 여권을 만들어 미국으로 도주했다”면서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대만 등지의 조직을 원격 조종하는데 한국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입장에서 심각하게 우려되는 점은 이들 전능신교 신도가 중국 내 가족을 내팽개치고 이곳에서 남쪽으로 1340㎞ 떨어진 제주도로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전능신교 신도 2000여명은 2013년 아시아 최초로 통과된 한국의 난민법 중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그 절차가 종결될 때까지 대한민국에서 체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악용해 종교적 난민신청을 한 뒤 합법적으로 머물고 있다. 이들은 서울, 대전, 강원도 횡성, 충북 보은 등지에서 집단 합숙생활을 하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포교까지 하고 있다.

야고우젠(중국)=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