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대체 뭘 봤길래… 黨政·野 ‘예산정보 유출’ 정면 충돌

입력 2018-09-27 04:04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본인 사무실이 압수수색당한 것이 도를 넘은 야당 겁박이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공개 예산정보 열람·유출’ 의혹이 한국당과 여권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도를 넘은 불법행위”라며 심 의원을 고발한 데 이어 여당과 청와대가 비난에 가세하고, 검찰까지 공개 수사에 들어가면서 심 의원은 전방위적 압박에 놓인 상황이다. 이에 맞서 심 의원과 한국당은 “도를 넘은 야당 겁박”이라며 전의(戰意)를 밝혔다. 양쪽이 사활을 걸고 맞붙는 것은 심 의원 측이 접근한 비밀 자료가 그만큼 휘발성 강한 소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일은 지난 17일 기재부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심 의원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심 의원실 보좌진이 지난 4일부터 10여일간 기재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운영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 접속해 대통령 비서실, 국무총리실, 대법원, 법무부 등 30여개 정부기관의 행정정보 47만건을 무단으로 열람 또는 다운로드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재부 측은 자료 반환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사건을 검찰로 가져갔다.

민주당은 곧바로 “정부 핵심 통신망에 대한 공격 행위”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비인가 구역까지 들어와 방대한 양을 다운로드받고 반납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거들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추석 연휴 하루 전인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의 심 의원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고발장 접수 나흘 만에, 사건이 형사4부에 배당된 지 하루 만에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당일 논평을 내고 “심 의원은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마음대로 뒤틀고 거짓으로 포장해 청와대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심 의원이 쥐고 있는 자료의 파급력에 주목한다. 정부로서는 정치적 공세에 활용되든, 객관적 사실로 폭로되든 비공개 자료가 공개되는 일 자체를 막고, 해당 자료를 시급히 회수하는 게 당면과제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심 의원 측은 기재부가 승인해 준 아이디(ID)를 통해 정상적으로 접근했으며, 오히려 기재부의 허술한 보안이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8일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 디브레인에 접속하는 장면을 공개 시연했으며, 19일에는 김 부총리 등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한국당은 대정부 질문이나 국정감사를 통해 확보한 비공개 예산집행 자료 등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부처 공무원들이 휴일에 백화점, 미용실 등에서 정부 관리카드를 사용한 기록, 대통령 해외순방 때 수행원들이 예산을 전용한 정황 등이 들어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정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묻지마식’ 공개를 할 경우 추가 고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심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기재위 소속 의원들은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입법부의 대정부 견제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불법 유출된 정보는 당연히 폐기·반환돼야 한다”며 “정쟁적 시각에서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호일 심우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