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26일로 100일을 넘긴 가운데 검찰이 추석 연휴 동안 ‘숨고르기’를 마치고 다시 수사에 박차를 가할 모양새다. 그동안 검찰의 강제 수사를 법원이 영장 기각으로 견제하는 팽팽한 신경전 속에 의혹 규명은 더디게 진행돼 왔다. 연휴 직전 검찰이 청구한 첫 구속영장까지 기각돼 검찰·법원 간 갈등은 정점을 찍었다. 검찰은 대검찰청 연구관 등 추가 인력을 요청해 ‘인적 조사’ 강화를 예고했다. 강제 수사가 어렵다면 수사 범위를 넓혀서라도 ‘윗선’으로 가는 길목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향후 수사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언론에 전혀 안 나온 내용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법원의 비협조로 강제 수사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참고인 소환 등 인적 조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투입된 특수 1, 3부 수사검사 인원 외에 특수 2, 4부와 방위사업수사부 인원까지 충원했다. 최근에는 대검찰청 연구관 5명도 추가 지원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검찰이 지난 20일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청구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수사 ‘적신호’가 들어온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앞서 지난 13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시 강조한 수사 협조 방침에도 불구하고 3600자가 넘는 이례적인 분량의 기각 사유를 적어 ‘제 식구 편들기’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다. 막히면 돌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그동안 압수수색영장 기각률 90%라는 악조건에서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관련 청와대와의 거래 의혹, ‘부산 법조비리 재판 개입 의혹’, ‘정치인 재판 거래 의혹’ 등 법원이 제출한 410개 문건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정황들을 새로 찾아냈다. 현재 파고든 수사 갈래만 2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10월 중순 이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시작으로 윗선 수사가 본격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의 영장 기각 기류에 변화가 없을 경우 검찰이 인적 소환 조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만큼 수사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
법원 내부는 착잡한 분위기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행정처 고위 관계자들이 정무적 판단으로 임의제출에 적극 협조하거나 영장재판부가 대거 개편되지 않는 이상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한 부장판사는 “유구무언”이라며 “다수의 지인들이 검찰에 소환되는 형국이라 다들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檢 “사법농단, 안 나온 내용 많다”
입력 2018-09-26 18:26 수정 2018-09-26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