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 고신대 총장 “평범한 인생이 탁월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게 교육의 목표”

입력 2018-09-27 00:02
안민 고신대 총장이 최근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 원장실에서 교육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루이스 캐럴의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 길을 물으면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앨리스를 향해 고양이 체셔가 이렇게 말합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 말이죠.”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최근 만난 안민(60) 고신대 총장은 현재 대학이 처한 위기를 얘기하며 앨리스 이야기를 꺼냈다. 교육의 현실이 갈 곳을 잃은 앨리스와 같다는 말이었다.

안 총장은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대학이 주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이 길을 잃고 단지 무엇이 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변질돼 버렸다”고 말했다.

안 총장은 교육의 목표가 평범한 인생이 탁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탁월한 삶이란 예수 십자가에 기초한 삶이다. ‘내가 무엇이 되겠다’가 아닌 ‘무엇이 돼 (남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취가 아닌 나눔이 핵심이다.

안 총장 역시 서울대 성악과를 다니던 시절 삶의 중심은 ‘나’였다고 한다. 그는 “대학 때 가난을 탓하며 하나님께 도와 달라는 기도를 자주 했다”며 “내 것을 채워달라고만 했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그가 바뀐 건 어느 날 새벽기도에서였다. 하나님께서 ‘넌 왜 자꾸 달라고만 하느냐’는 마음을 주셨다고 한다. 안 총장은 ‘가진 게 없다’고 응수했지만 이내 하나님께서 목소리를 선물로 주셨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안 총장은 대학교 2학년이 되던 해부터 노래 봉사를 시작했다. 다니던 교회의 아픈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걸 시작으로 고아원, 교도소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한센인 1700명을 대상으로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가진 것으로 사람들을 섬기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지난 1월 취임한 안 총장이 가장 먼저 에벤에셀 칼리지를 신설한 배경에도 젊었을 때의 이 같은 경험이 있었다. 에벤에셀은 히브리어로 ‘도움의 돌’이란 뜻이다. 안 총장은 “학생들이 에벤에셀 칼리지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인성을 배웠으면 한다”며 “내가 가진 걸 나누고 부족한 걸 채우며 교육의 본질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총장은 학생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그 이상을 꿈꾸자”는 말이다. 그는 “이 시대 사람들은 호흡이 짧은 것 같다”며 “고신대 의대생들에겐 의사 이상을, 신학대학원 학생들에겐 목사 이상을 꿈꾸라고 말한다”고 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자는 의미의 ‘에임 하이(aim high)’가 아니라 지경을 넓히자고 강조한다. 그는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목표는 출애굽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에 들어가는 것이었다”며 “40년 광야의 시간은 눈물과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이들은 목표를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나를 보내신 소명이 무엇인지를 찾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글·사진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