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 아베 신조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 12월 28일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이듬해 7월 여성가족부 산하에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하 재단)을 해산시키겠다는 뜻을 일본 측에 에둘러 밝힌 것이다.
당시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아베 총리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표현한다는 내용이 들어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예산으로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기로 하는 대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들어 비난·비판하는 걸 자제하기로 한 것이 논란을 불렀다. 일본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으면서 돈을 내세워 책임과 법적 배상을 회피하려 하고 있고 우리 정부가 이에 멍석을 깔아줬다는 비난이 일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비롯해 관련 단체들이 합의에 반발했고 최근 할머니들은 재단 해체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여 왔다. 재단은 문재인정부 들어 민간 이사들이 전원 사퇴하는 등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재단의 존재이유가 사라진 가운데 재단 직원의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로 출연금이 소진돼 가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재단 해산은 이런 현실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일본이 재단 해산을 합의 파기로 간주하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고, 자칫 이 문제가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는 기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이 문제가 일본과의 관계를 경색시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명분에만 사로잡혀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된다. 북한과 일본 간에도 정상회담 과정에서 위안부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와 연계해 긴 호흡으로 풀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사설] 화해치유재단 해산하되 한·일 관계 경색은 피해야
입력 2018-09-27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