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가족 간 대화 1순위 된 ‘부동산’

입력 2018-09-27 04:05

결혼 1년차 회사원 A씨(39)에게 이번 추석 연휴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만 모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부동산 이야기 때문이었다. 타깃이 된 건 A씨였다.

아버지는 A씨가 지난해 결혼하면서 집을 구매하지 않았다며 나무랐고 3년 전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입주한 A씨 형은 조금 더 시장을 두고 봐야 한다고 닦달했다.

가뜩이나 세금 폭탄으로 집 주인이 전셋값을 올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A씨는 26일 “이렇게 부동산 대책이 급변할 줄 알았다면 차라리 부모님께 손을 벌려서라도 집을 구매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후회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한 달 새 부동산 대책을 세 차례 내놨다. 투기지구 등을 추가로 지정한 8·27 대책에 이어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한 9·13 대책, 추석 연휴 직전 주택 공급을 늘리는 9·21 대책까지 쏟아냈다.

A씨와 가족들이 갑론을박한 것도 정부가 수시로 내놓는 부동산 정책 때문이었다. 시장은 요동치는데 바로 매수를 시도해야 할지, 아니면 정부가 약속한 대규모 공급 정책을 믿고 청약을 기다려야 할지 답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일단 부동산 시장이 한풀 꺾이면서 부동산 매물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전문위원은 “1주택자가 새로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면 2년 내 기존 주택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에 매물 출현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은 ‘고점’을 유지한 상태에서 관망세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한동안 거래 공백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정부는 9·21 공급 대책에서 1차로 주택 공급 물량을 공개하면서 330만㎡ 이상의 공공택지 4∼5곳을 개발해 신도시에서만 20만 가구, 총 30만 가구를 수도권에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밝힌 3기 신도시 입지는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다. 1기 신도시는 1989년 노태우 정부의 주택공급 200만 가구 건설 계획에 따라 서울 도심 반경 20㎞에 조성된 것으로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가 있다. 반면 위례, 화성 동탄, 하남 미사 등 2기 신도시는 30㎞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정부는 2기 신도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이 그린벨트를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청약 대기자들의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