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상환 불안감 확산 속 “매년 몇 % 갚아야 하나” 등
시중은행 창구에 문의 쇄도… 임대료 인상 등 부작용 우려
중단됐던 주택담보대출 오늘부터 본격 재개 예정
9·13 부동산대책의 여파로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이 꽉 막힌 은행 대출창구는 추석 연휴 직전까지 임대사업자들의 문의로 분주했다. 다음 달 중으로 예고된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규제 강화가 미칠 파장을 따져보기 위해서였다. 한 시중은행 대출상담 직원은 26일 “연휴 전날까지 ‘RTI가 강화되면 얼마나 대출을 상환해야 하느냐’ ‘매년 몇 %를 갚아야 하느냐’ 등을 묻는 임대사업자들 문의가 쇄도했다”며 “정부가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계속 강한 규제를 내놓겠다고 말해 우려가 큰 것 같았다”고 전했다.
RTI 규제 강화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상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 말까지 등록된 부동산 임대사업자는 34만5000명에 달한다. RTI 규제 강화는 9·13 대책에서 빠졌다. 하지만 9·13 대책 브리핑 때 금융위원회 김태현 금융정책국장은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 규제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RTI는 임대사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다. 현재 주택(아파트 등)의 경우 RTI 125% 이상일 때, 비주택(상가·오피스텔 등)은 RTI 150%를 넘을 때 대출이 가능하다. 주택 임대업으로 연간 1000만원의 이자를 낸다면 임대소득이 1250만원을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의 관측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 RTI 비율을 최대 15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내다본다. 임대수익보다 부동산 시세 상승을 통한 ‘자본이익’을 취하려는 투기성 대출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 임대사업자뿐 아니라 오피스텔, 상가 등 비주택 임대사업자까지 옥죄는 폭넓은 규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기존 임대사업자 대출을 매년 일정 비율 줄이는 방안을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면 매년 대출을 연장하는 임대사업자에게 은행이 조금씩 대출 원금을 갚도록 주문하는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2016년 이후 전체 개인사업자대출 가운데 40%를 차지한 부동산임대업의 비중도 한풀 꺾이게 된다.
금융 당국은 은행의 RTI 관련 재량권도 대폭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RTI 기준에 미달하는 임대사업자도 다른 소득이 있거나 상환 능력이 인정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이런 ‘예외 규정’을 차단하는 방식을 살펴보는 중이다.
일각에선 RTI 규제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임대사업자들이 임대소득을 늘리기 위해 임대료를 대폭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대계약 갱신 시 ‘임대료 5% 상한’ 규정을 적용받지만, 변칙적 방법으로 전월세 임차시장의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시중은행은 27일부터 그동안 중단했던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 등을 본격 재개한다. 은행권 공통 추가약정서가 확정되면서 무주택자들의 9억원 초과 고가주택 담보대출도 취급한다.
확정된 추가약정서는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더 세밀하게 규정한다. 근무지 이전이나 자녀 돌봄·교육환경 개선 등의 사유로 규제지역 내 신규주택을 매수하는 1주택자에게는 ‘기존 주택과 신규 취득주택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임대 금지’라는 조건이 붙는다.
기존 주택의 보유 인정 사유가 사라진 경우 두 주택 가운데 하나는 팔아야 한다.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을 때도 보유 중인 주택과 분양권, 입주권 등을 기재하고 추가로 주택을 매수할 수 없도록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RTI 규제 강화 초읽기에… 떨고 있는 임대사업자
입력 2018-09-27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