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빗장이 진통 끝에 풀렸다. 앞으로 산업자본도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34%까지 가질 수 있다. KT와 카카오가 각각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재벌 기업’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법령이 아닌 시행령에서 정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삼성 같은 재벌이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근거를 열어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국회는 2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현행 4%에서 34%로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대신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인터넷은행의 중소기업 외 기업 대출을 원천 금지했다. 대주주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을 비롯해 대주주의 지분을 은행이 취득하는 길도 막았다.
핵심 쟁점이었던 ‘재벌 진입금지’ 조항은 시행령에 들어간다. 특례법에는 ‘경제력 집중에 따른 영향과 정보통신업 비중을 고려해 승인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구체적인 ‘재벌 차단’ 방안은 금융위원회가 정하게 했다. 금융위는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상호출자 제한 대상 기업)을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정보통신기술(ICT) 자산 비중이 전체 자산의 50%를 넘는 회사의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이 경우 KT는 자산이 10조원을 넘지만 ICT 자산 비중이 50% 이상이어서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다만 KT와 카카오가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금융위의 적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 과정에서 KT,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M(옛 로엔엔터테인먼트)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지분 구조 변화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숙원 사업’이 해결된 만큼 ICT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유상증자 등 ‘실탄’ 확보 작업도 병행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서민과 중소상공인을 위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핀테크 생태계 육성 등을 통해 혁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산분리 완화 효과를 놓고 회의적 시선이 여전하다.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중금리 대출 확대나 핀테크 발전에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금융권에 긴장감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인터넷은행이 어떤 혁신을 보일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계약갱신 청구 기한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을 계약 종료 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고 권리금 보호 대상에 재래시장을 포함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처리 조건으로 자유한국당이 제안한 조세특례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5년 넘게 동일 임차인에게 임대한 임대사업자의 소득세 혹은 법인세를 5% 감면하는 내용이다. 기업 회생을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규제프리존 설립을 위한 지역특화발전특구법, 산업융합촉진법, ICT융합촉진법 등 규제완화 법안도 국회에서 처리됐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다만 국회 추천 김기영·이영진·이종석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야당 반대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한국당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이념 편향성 논란과 위장전입 전력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본회의 상정을 반대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재판관 5명의 임기 종료로 인한 헌재의 재판관 공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양민철 임성수 기자 listen@kmib.co.kr
KT·카카오, 인터넷은행 대주주 되는 길 열렸다
입력 2018-09-20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