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전기, 물산 지분 매각 결정… 삼성, 순환출자 마지막 고리도 끊어

입력 2018-09-20 22:12

삼성그룹이 일부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매각을 통해 마지막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삼성화재는 자산운용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261만7297주를 3285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삼성전기도 투자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6425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양사 모두 삼성물산 주식 처분 후 지분비율은 0%가 된다. 처분 예정 일자는 21일이다.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가 매각 주관사를 맡았다.

두 계열사의 삼성물산 지분 처분 결정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그룹 지배구조 고리 끝에 위치한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을 갖고 있는 까닭에 순환출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2015년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하도록 한 유권해석을 번복해 904만주를 모두 매각하도록 결정한 것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됐다.

지난 8월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잔여주식 404만여주를 처분해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삼성SDI는 지난 4월 삼성물산 주식 404만여주를 전량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5600억원을 현금화했다. 삼성SDI의 지분 처분으로 기존 7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4개로 줄어든 데 이어 이날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지분 처분 결정으로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해소됐다.

당초 시장에선 삼성물산이 자사주 형태로 삼성화재와 삼성전기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룹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 약화를 막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내부 계열사와 오너와의 거래 대신 주식 시장에서 지분을 파는 방식으로 정면돌파를 택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