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사업 알리자” “보호종료 청소년 지원을”… 제안 후끈

입력 2018-09-20 22:22 수정 2018-09-21 16:47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김은영씨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아동복지시설 보호종료 청소년의 주거여정 분석 및 커뮤니티 하우스 제안’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구원 제공

“미세먼지 줄이기에 대한 시민 참여가 부족하다. 동네마다 미세먼지 준전문가인 ‘미세반장’을 두어 주민들에게 미세먼지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서울시의 미세먼지 사업을 알리도록 하자.”

“아동복지시설 보호가 종료돼 퇴소한 청소년들의 주거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한시적으로 사회배려형 공동체주택을 제공하면 어떨까.”

“서울시내 곳곳에 커뮤니티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시설들을 운영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업군도 등장했다. 커뮤니티 매니저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서울시 차원의 사업이 필요하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연구원 대회의실. 도시문제 연구와 서울시 정책 지원을 담당하는 서울연구원 소속 박사들이 객석에 자리한 가운데 학생과 주부, 작은도서관 관장, 교사, 마을활동가 등이 차례로 연단에 올랐다.

이들은 각자 준비해온 자료를 스크린에 띄워놓고 10분씩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서울연구원이 공모한 ‘2018년 상반기 작은연구 좋은서울 지원사업’에서 선정된 12개 시민연구팀이 지난 5∼6개월간 연구해온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날 발표된 주제는 고려인, 보호종료 청소년, 치매노인, 마을기업, 흡연부스, 도시 흔적 남기기, 커뮤니티 매니저 등 다양했다.

4년째 커뮤니티 시설 운영자로 일하고 있다는 권진영씨는 ‘커뮤니티 매니저 네트워크’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권씨는 “창업공간, 공유공간 등 각종 이름으로 불리는 커뮤니티 공간이 계속 생겨나는데 커뮤니티 공간이란 무엇이고 커뮤니티 매니저는 뭘 해야 하는지 정리된 게 없다”면서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종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작은연구 지원사업이 있어서 공모했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 안현찬 박사는 권씨의 발표를 듣고 “당사자들이 직접 자기 문제를 다루는 연구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종에 대한 연구나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미형씨는 사회복지 연구자들로 구성된 ‘함께하는연구’라는 협동조합 형식의 연구모임 소속이다. 조씨가 포함된 연구모임은 서울시내 한 동네의 치매환자 돌봄 상황을 들여다 보면서 ‘마을 만들기와 복지서비스’라는 주제를 연구했다. 치매환자와 가족, 주민활동가, 공무원 등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치매돌봄 서비스가 치매환자의 집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시간제 돌봄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화여대 학생인 김진아씨는 ‘건강한 흡연부스를 통한 시민호흡권 개선방안’ 연구에서 서울 을지로에 설치된 흡연부스들의 이용실태를 조사하고, 지정된 흡연구역을 마련해주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발표회를 주재한 남원석 서울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보호종료 청소년을 위한 공동체주택을 제안한 연구나 도시 흔적 남기기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 연구 등이 특히 흥미로웠다”고 평가하고 “시민들의 연구는 전문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현장성이 강하고 경계에 갇히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일부는 시정에 반영되거나 연구원의 후속 연구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 실장은 또 “요즘 ‘독립연구자’라는 개념이 나올 정도로 시민들의 연구 활동이나 연구 모임이 활발하다”면서 “작은연구 지원사업은 독립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구원은 2012년부터 시민들에게 서울시정과 관련된 연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작은연구 지원사업을 해왔다. 주제 연구는 500만∼800만원, 연구모임 운영은 300만원을 지원받는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171건의 시민 연구가 진행됐다. 현재 하반기 지원사업 공모가 진행 중이다(30일 마감).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