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0·여)씨는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베트남 다낭·호이안을 여행할 생각에 들떠 있다. 추석 당일 출국하는 탓에 차례상은 가정간편식(HMR)으로 간소하게 차릴 계획이다.
서대문구에서 생활하는 이모(34)씨는 추석 연휴 4박5일간 혼자서 일본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손주가 보고 싶다’ ‘결혼은 안 할 거니’ 등의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명절 때마다 집에 없다’며 부모님께 한소리 들었지만 그래도 이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명절 풍경이 바뀌고 있다. 정성스럽게 손수 동그랑땡과 꼬지산적 등을 준비하는 대신 가정간편식으로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17∼18일 오색꼬지전, 동태전, 송편 등 피코크 차례음식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2017년 9월 27∼28일) 22.3% 증가했다고 20일 밝혔다. 2014년 4억5000만원이던 관련 매출은 지난해 12억400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마트는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 가구가 늘어난 것은 물론 차려도 간소화하게 하는 것이 최근 명절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1·2인 가구 증가와 함께 ‘명절=휴식’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잡으면서 생긴 변화로 보인다.
연휴기간 혼행족(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티몬이 이번 연휴 기간(22∼26일) 해외로 떠나는 항공권을 예매한 고객을 분석한 결과 항공권 1장만 예약한 고객이 전체 예약자의 44%였다고 밝혔다. 김학종 티몬 항공여행사업 본부장은 “명절 때 친척들을 만나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잡코리아가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185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 추석 때 친척들과의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44.8%, 52.8%에 달했다. 가장 큰 이유는 친척들과의 만남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워서인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 선물 선호도 역시 바뀌고 있다. 20·30대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것도 새롭게 나타난 변화다. G마켓이 최근 3년간(2016년 추석∼2018년 설) 명절 선물 빅테이터를 조사한 결과 축산물 구매 비중은 20·30대는 30%, 40·50대는 33%, 60세 이상은 41%였다. 반면 가공식품을 대표하는 통조림(캔)의 경우 20·30대 구매 비중이 40%, 40·50세대는 37%, 60세 이상은 28%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선호도가 줄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달라진 추석, 상차림은 간편식, 나홀로 여행은 열풍
입력 2018-09-2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