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정부 규제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부동산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2014년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 이후 부동산업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60%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정부가 고삐를 바짝 죄는 9·13 부동산대책을 들고 나오면서 ‘자영업자발(發) 부동산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0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59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6%(41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2분기 말과 비교하면 15.6% 증가했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억제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8.1%에서 7.6%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전체 자영업 대출 규모는 2014년(372조3000억원)에 비해 62%(218조4000억원)나 늘었다.
자영업 대출 증가의 도화선은 2014년 박근혜정부의 대출규제 완화다. 이후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급속도로 몸집을 불렸다. 올 2분기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40.9%로 2014년 38.1%보다 늘었다. 연평균 대출증가율은 18.3%로 도소매업(6.3%) 음식숙박업(9.1%) 제조업(2.6%)을 압도했다.
자영업자의 부동산 대출 증가는 수익률과 관련이 깊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파트 임대업 수익률은 55.8%, 주택 임대업 수익률은 48.9%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 주식의 수익률(30.1%)이나 은행 정기예금(1∼2년) 수익률(36.3%)을 훌쩍 뛰어넘었다. 임대사업자와 임대주택 등록 수는 2014년 각각 10만명, 46만 가구에서 올 2분기 33만명, 116만 가구로 급증했다.
여기에다 정부가 지난해 8·2 대책을 내놓으며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고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자 사업자 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 과열을 억제하려는 9·13 대책과 금리 상승 등으로 충격이 가해지면 자칫 ‘부실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업종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은 58%로 다른 업종(30∼40%)보다 높다. 부동산업종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는 338%로 전체 자영업자의 배다.
자영업자의 부동산 대출 증가는 전체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도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동산 익스포저는 1792조9000억원으로 2010년 880조원보다 배 이상 폭등했다. 부동산 익스포저는 가계 및 부동산 관련 기업(부동산업, 건설업 등)에 대한 여신과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에 투입된 자금이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대출 590조… 자영업자發 부동산거품 붕괴 우려
입력 2018-09-2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