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행정처 폐지… 사법행정회의 신설해 권한 이양”

입력 2018-09-21 04:04
사진=이병주 기자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폐지를 골자로 한 법원 제도 개혁 방침을 밝혔다. 판사들의 사법행정권을 제한하고 이들이 재판에 집중하도록 법원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처는 법원의 행정업무를 조정, 통제하는 기구로 사법농단 사태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다만 행정처 폐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현실화 여부는 국회에 달려 있다.

김 대법원장은 20일 법원 내부전산망에 A4용지 8장 분량의 ‘법원 제도개혁 추진에 관해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을 게시하고 “여러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행정처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행정회의(가칭)에 사법행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고 법원행정처는 오로지 집행업무만 담당하는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사법행정회의에는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고 주요 사법정책에 국민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법원사무처에는 상근 법관직을 두지 않는다. 김 대법원장은 “여건이 마련 되는대로 대법원과 법원사무처를 장소적으로도 분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은 사법행정 영역에서 판사의 권리를 제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법농단 사태의 근본 원인을 ‘관료화된 판사’로 보고 이를 미리 막을 수 있도록 사법행정 영역을 확실히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법관들의 ‘엘리트 코스’로 여겨졌던 행정처를 폐지하는 것은 판사들이 재판이라는 고유의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김 대법원장은 “2019년 정기인사를 통해 법원행정처 상근법관의 3분의 1 정도를 줄이고 제 임기(2023년까지) 중 최대한 빨리 법원사무처의 비법관화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개혁안 추진을 위해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발전위, 전국법관대표회의, 법원공무원노동조합으로부터 법원 내·외부의 인사들을 추천받아 외부 법률전문가 4인, 법관 3인으로 꾸릴 예정이다.

개혁안은 대부분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다. 대법원은 추진단을 통해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관련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이미 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윤리감사관 외부 개방은 추진단 검토 없이 신속하게 진행키로 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보다 큰’ 개혁기구의 구성방안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상고심 제도 개선과 전관예우 논란 등을 다루게 된다. 입법부와 행정부, 외부단체를 참여하게 할 방침이다.

오는 25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대법원장은 “법원이 마주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위기는 관료화되고 권위적인 법원의 문화에서 비롯했다”며 “위계적인 법원조직을 수평적 연합체로 탈바꿈 시키겠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