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정은, 일정 14개 중 10건 함께하며 ‘브로맨스’ 과시

입력 2018-09-21 04:02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특별한 신뢰와 우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수시로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서 진행된 14건의 공개일정 가운데 10건을 김 위원장과 함께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서 보낸 43시간30분 중 20시간 이상을 김 위원장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방북 첫날 공항 환영식부터 도심 카퍼레이드, 정상회담, 예술공연, 목란관 만찬까지 공식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둘째 날은 더욱 파격이었다. 오전에 정상회담을 하고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옥류관 오찬과 대동강수산물식당 만찬,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공연 관람까지 두 정상은 거의 하루 종일 함께 있었다. 당일 문 대통령의 개별 공식 일정은 오찬 이후 백화원 기념식수와 만수대창작사 방문이 전부였다. 방북 마지막 날인 20일도 두 정상은 백두산 등정과 오찬까지 일정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북에서 한 7차례의 식사 가운데 네 번을 김 위원장 부부가 동석했다. 특히 19일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의 만찬은 당초 불참이 예상됐던 김 위원장 부부가 깜짝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내가 너무 시간을 많이 뺏는 것 아닙니까”라며 반겼다. 김 위원장이 대중식당에서 시민들을 함께 만난 것은 개방적인 지도자로 보이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두 정상이 긴밀히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카퍼레이드와 예술공연 및 대집단체조 공연 관람 영상에는 두 정상이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정부 관계자는 “양 정상이 함께한 일정과 시간이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보다 훨씬 많고 길었다”며 “양쪽 간 신뢰가 더 깊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를 대내외에 적극 공개한 것은 대남 외교 성과를 내세우기 위한 상징적 연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특별수행원으로 북한을 다녀온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채널A 인터뷰에서 “만찬장에서 김 위원장에게 ‘서울에 꼭 오시라.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환영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더니 김 위원장이 ‘서울서 환영받을 만큼 아직 일을 많이 못했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또 “만찬장 공연 중에 김정숙 여사가 리설주 여사에게 같이 나가서 노래하자고 제안했더니 리 여사가 ‘저는 서울 가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승욱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