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2년4개월 비핵화 프로세스 도출해야

입력 2018-09-21 04:01
9·19 평양선언에 미국은 신속하게 반응했다. 뉴욕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즉각 협상을 재개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날 것임을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되면서 한 달 가까이 이어져온 교착 국면은 급반전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빈 채널의 가동은 핵사찰을 비롯한 실무적 비핵화 협상이 시작됨을 뜻한다.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큰 틀에 합의하고도 좀처럼 행동에 옮기지 못했던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에 가기 전 “이번 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가 다시 시작된다면 큰 성과”라고 했다.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과정도 나쁘지 않다. 올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텄고,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 위기에서 건져냈고, 멈춰 섰던 북·미 후속 협상을 다시 돌아가게 만들었다. 대화를 시도하는 북한과 미국의 한국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핵화는 행동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궁극적인 실천이 이어지도록 이 지렛대 역할을 소중히 활용해야 한다.

다시 시작될 북·미 협상은 구체적 비핵화 프로세스를 다루게 된다. 북한은 미래 핵, 현재 핵, 과거 핵으로 구분해 접근하고 있다. 선제적 비핵화 조치라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미래의 핵개발 가능성을 제거하는 행위였다. 평양선언에서 언급한 영변 핵시설은 핵물질 생산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가 있다. 이를 영구히 폐기한다는 건 핵무기 생산 능력, 즉 현재의 핵을 버린다는 뜻이다. 이미 만들어놓은 핵탄두와 미사일 등 과거의 핵은 아직 거론하지 않았다. 미국의 환영 수위가 예상보다 높은 것은 미래 핵의 제거로 종전선언을 요구하던 북한이 현재 핵의 폐기 의사까지 밝혔기 때문이다. 사흘 전 워싱턴에 도착했다는 김 위원장 서한에는 그것의 검증을 수용하고 2021년 1월로 최종적 비핵화 시한을 못 박는 내용도 담긴 듯하다. 이제 북한이 내민 카드를 놓고 구체적 절차를 확정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연내 종전선언의 성사 여부는 상응조치와 검증 방식 등에서 북한과 미국이 합의점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 시한이 언급된 만큼 향후 2년4개월간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미래 핵에서 현재 핵으로 넘어갈 때처럼 과거 핵을 다루자면 또 진통이 생길 것이다. 세부적 단계마다 되돌릴 수 없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남한 대통령이 평양시민에게 연설을 했다. 남북 정상이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 평양선언은 남북 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거대한 변화를 담고 있다. 그것이 실현되려면 비핵화의 실천이 있어야 한다. 남·북·미 3자 모두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