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연임하는 아베, 現 한·일 관계가 만족스러운가

입력 2018-09-21 04:05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했다. 아베 총리는 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전례에 따라 3연임이 확실하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3년으로, 아베 총리가 중도하차 없이 임기를 채울 경우 내년 11월 총 2886일을 재임한 가쓰라 다로 전 총리 기록을 깨고 최장수 일본 총리가 된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모리토모학원 스캔들과 각료들의 잇단 구설로 지지율이 20%대까지 곤두박질쳤던 그였다. 아베 총리 부부가 관련된 모리토모 스캔들을 둘러싼 의혹이 현재진행형임에도 그는 여유 있게 총재에 당선됐다. 오랜 자민당 일당 지배에 길들여진 일본 정치의 현주소다.

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은 사분오열돼 있고, 자민당 내에서도 아베 세력을 대체할 비주류의 존재감이 미미해 그의 승리는 예견됐었다. 총리 본인의 부패 의혹과 각료들의 구설에도 그가 건재한 가장 큰 원동력은 아베노믹스에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재정확대와 통화완화를 핵심으로 한 아베노믹스로 지난 7월 기준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이 1.63배(한국은 0.65배)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 주요 지표들이 양호하다. 좋은 경제성적표가 스캔들을 덮은 셈이다.

아베 승리로 한·일 관계는 지금의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듯하다. 3연임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일본을 보통국가화하려는 그의 강경 우익 노선이 보다 강화될 게 확실시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 과거사 문제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커졌으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 여론을 거스르는 아베 총리의 막무가내식 대한(對韓) 인식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만으로도 버거운 우리에게 또 하나의 짐이다. 한·일 관계가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베 총리의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경제력에 걸맞은 일본 외교의 변화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