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A씨가 포털사이트에서 성형 관련 내용을 검색하자 수십개의 ‘전문병원’ 광고가 떴다. 저마다 ‘눈 밑 지방, 다크써클 전문’ ‘코 성형 전문’ ‘교정·보철 전문’ 등을 내세웠다. 상담이나 진료를 원한다는 댓글이 수만 개씩 달려있지만, 해당 광고는 대부분 불법 의료광고였다.
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계의 불법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포털사이트는 물론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SNS나 소셜커머스에는 ‘국가가 인증한 전문병원’이라는 취지의 가짜광고가 넘쳐났다.
정부가 단속에 나섰지만 정작 적발된 업체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전문병원’을 내세워 가짜 광고를 하다 보건복지부에 적발된 의료기관 404곳 중 업무정지 1∼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7곳(1.7%)에 불과했다. 행정지도에 그친 경우는 201곳으로 절반가량이었고 시정명령 148곳, 이미 시정됐거나 폐업한 의료기관 등이 48곳으로 집계됐다. 의료법에 따르면 전문병원은 21개 분야의 의료기관 108곳으로 한정돼 있다. SNS에서 볼 수 있는 치과·피부과·성형외과 등은 전문병원 분야도 아니다.
이는 행정처분이 관할 보건소의 재량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르면 불법 의료광고는 업무정지 1∼2개월에 해당하지만 ‘사안의 경중에 따라’ 보건소 재량껏 처분이 가능하다. 위반 정도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척도는 없고, 재차 위반했는지 여부 등이 영향을 준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19일 “거짓광고는 원칙대로라면 바로 업무정지와 형사고발을 하는 게 맞지만 복지부 공문에도 ‘사안의 경중에 따라 처분해 달라’는 권고가 있었다”며 “업무정지 2개월을 받은 곳은 1년 전 같은 내용으로 신고를 받았지만 위반 정도가 경미해 시정조치를 했는데 또 적발된 경우”라고 말했다. 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린 다른 보건소 관계자는 “위반의 정도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예시는 없다”며 “병원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전문병원’이라고 직접 표시한 점에서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오는 28일부터 의료단체·소비자단체가 주도하는 민간 자율 방식의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복지부는 관리·감독 권한이 없고, 대한의사협회나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가 심의의 대부분을 맡고 있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다.
사전심의 참여를 준비 중인 소비자시민모임의 김자혜 회장은 “의료단체가 사전심의를 하더라도 소비자의 관점에서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사전에 걸러지지 않는 위반사항을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가짜 전문병원 404곳 적발해놓고 업무정지 고작 7건
입력 2018-09-20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