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이름이 같아서…, 문서 위조해 토지보상금 15억 꿀꺽한 SH공사 직원 구속

입력 2018-09-20 04:00

토지보상 대상자가 아내와 동명이인인 점을 악용해 보상금 15억원을 가로챈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직원이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공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전 SH공사 보상총괄부 차장 김모(41)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6년 4월 서울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의 토지보상 업무를 담당하면서 한 토지보상 대상자의 이름이 아내와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씨는 자신의 아내가 토지 주인에게서 토지매도대금 채권을 양도받은 것처럼 채권통지계약서, 계좌입금신청서 등을 위조했다. 이어 보상금 15억3670만원을 아내 명의 은행계좌로 빼돌렸다. 경찰은 김씨의 아내도 공범으로 보고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토지보상금이 30억원 미만이면 담당자와 부장 결재만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SH공사의 내규를 악용했다. 당시 부장은 인사발령으로 업무에 익숙지 않았다. SH공사는 김씨의 범행을 2년간 알아채지 못했다.

김씨는 미국에 거주하는 토지 주인 김모(80)씨에게 접촉해 보상금을 더 받게 해주겠다며 2000만원을 받아낸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토지 주인 김씨가 받게 될 보상금을 실제보다 낮게 책정한 뒤 2000만원을 받고 4억여원을 늘려준 것처럼 속였다. 경찰은 토지 주인 김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빼돌린 돈으로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를 사고 수입차를 구입하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SH공사는 이와 관련, 보상업무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해 보상 전 과정을 100% 전산 시스템화하는 등 보상업무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