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교회가 출산 가정에 장려금… 미혼 부모엔 도우미 역할

입력 2018-09-20 00:01 수정 2018-09-20 10:23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헌아식 예배에서 부모와 함께 아기의 탄생을 축복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매 분기 헌아식 예배를 열어 교회가 가정과 함께 아이를 돌보겠다고 다짐한다. 순복음가족신문 제공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19일 교회 당회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목사는 “교회는 그 규모와 상관없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여의도순복음교회 영아부(왼쪽 사진)와 유치부 소속 어린이들이 지난 7월 어린이 여름성경학교인 ‘파워바이블스쿨’에 참가해 율동과 기도를 하고 있다. 순복음가족신문 제공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바울성전. 80여명의 부모가 아기를 안고 동시에 입장했다. 예배당 양쪽에 앉아있던 장년대교구(대교구장 이동주 목사) 성도들은 일제히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영훈 목사는 젊은 부모들을 격려했다. “부모는 자녀들을 위해 끝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교회도 함께 나설 것입니다.” 권면의 말을 마친 이 목사는 아기들을 한 명씩 안고 이마에 손을 얹으며 축복했다. 이날 장년대교구 성도들은 신앙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아기들을 축하했다. 교회 3040분과위원회 담당 장원석 장로는 아기와 부모들에게 장미 한 송이와 아기 이름이 적힌 은메달 하나씩을 건넸다. 부모들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따라 자녀를 양육하겠다”며 오른손을 들고 선서했다.

얼핏 보기에 유아세례식 같아 보이지만 이 ‘의식’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매 분기 시행하는 ‘헌아식(獻兒式)’이다. 만 36개월 이하의 아기가 있는 가정을 모아 부모의 출산을 축하하고 격려한다. 그동안 980가정, 1070명의 아이들이 축하를 받았다. 헌아식은 분기별로 진행하지만 출산 가정이 많을 경우 분기와 상관없이 열린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기 전부터 출산을 축복하고 장려하는 데 관심을 가져왔다. 아이를 많이 낳아 잘 기르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자 명령(창 1:28)이며 생육하고 번성하는 게 곧 생명존중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교회 역시 외면할 수 없다는 책임감도 작용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운영하는 제도는 ‘출산장려금’이다. 교회는 2012년 6월부터 첫째 자녀에게는 5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200만원 순으로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대상은 부모 중 한 명이 교회의 등록교인으로 월 1회 이상 예배에 출석하는, 12개월 이내에 출산한 영아를 둔 가정이다. 지난해까지 총 3044가정에 29억7150만원의 출산장려금이 지급됐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266가정에 지급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19일 “출산장려금은 교회 예산 중 우선적으로 편성하는 중요한 항목”이라며 “교회가 재정 부담과 상관없이 성도들의 가정이 당면한 육아 부담을 함께 감당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성도들은 긍정적인 분위기다. 지난 7월 헌아식에 참석한 한 성도는 “부모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아이를 돌보는 가정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라며 “새 생명이 태어난 가정과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교회에 성도들은 더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회가 먼저 나서자 젊은 성도들의 호응도 이어졌다. 아기를 갓 출산했거나 미취학 아동을 키우고 있는 2000여명의 맞벌이 부부들이 최근 ‘야간 심방’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장년대교구 관계자는 “요즘 젊은 부부 성도들을 위주로 퇴근 뒤 야간 심방을 신청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성도들이 교회를 ‘신앙공동체’를 넘어 ‘생활공동체’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는 영유아를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고민해 지역사회와 나눈다. 2006년 교회 안에 개원한 여의도순복음어린이집은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어린이집 중 하나가 됐다. 강주현 여의도순복음어린이집 원장은 “직장 근처에 위치한 우리 어린이집 특성상 출근과 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맡기고 데려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유치원에서 기독교 세계관에 기반한 인성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부모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함께 신앙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미혼 부모 가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혼외 출산을 부정적으로만 보면 낙태를 조장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미혼 부모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봄으로써 아이를 포기하는 극단적 선택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달부터 미혼 부모 가정의 만 5세 이하 아동에 대해 월 10만원씩 지원하기 시작했다. 미혼 부모들의 신상 보호를 위해 선정 과정은 모두 사회복지사들이 전담한다. 사회복지사들은 이들의 어려움을 상세히 살핀 뒤 교회와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교회 관계자는 “미혼 부모들이 낙태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교회가 먼저 생명을 보호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7년간 교회 출산장려운동 펼친 이영훈 목사 인터뷰

"결혼과 가정, 출산과 양육이 다시금 귀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지난 7년간 교회의 출산장려정책이 자연스럽게 자녀 많이 갖기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출산을 앞둔 새신자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복음도 왕성하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19일 교회의 출산장려정책이 가져온 성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교회는 2012년부터 아이를 낳는 가정에 출산장려금을 지급해 지난해까지 3044가정에 총 29억7150만원을 전달했다. 36개월 이하의 아이와 그 가정을 축복하는 헌아식도 개최하고 있다. 교회 안에 어린이집도 운영하는 등 '요람에서 초등학교 진학 전까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목사는 출산장려정책의 눈에 띄는 성과로 영아부 증가를 언급했다. 그는 "2010년 영아부 예배를 개설한 후 2012년 말까지 236명이던 영아부가 2015년 말 기준 595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며 "전 성도에게 출산이 하나님이 주신 복이며 축하받을 일임을 인식하게 했다"고 말했다.

교회가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펴는 이유는 '생육하고 번성하라'(창 1:28)는 창조명령에 근거한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자녀를 많이 낳아 기르는 것은 신앙적으로 성경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며 "교회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산장려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이기에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소형교회는 어떻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목사는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젊은 부부들의 마음이 움직이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중소형교회에서도 미래세대에 투자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십시일반 보살피는 노력을 한다면 대형교회보다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목사는 출산장려에는 부모를 감동시키는 실제적 지원도 중요하다며 전남 해남군 사례를 제시했다. "해남군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경제적 지원(20개월간 총 300만원)뿐만 아니라 소고기, 미역, 신생아 내의, 액자 등 용품을 지급하고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해 임산부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젊은 부부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죠. 그래서 합계출산율이 2명을 넘어서는 유일한 지역이 됐습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은 저출산 문제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가와 교회는 공동운명체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이라는 국가가 소멸한다면 한국의 기독교와 교회도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족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기독교인은 국가를 보존하고 우리가 믿는 기독교 신앙을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기에 미래 국가의 생존을 위협할 저출산 극복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교회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제와 선교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교회는 향후 예산이 허락되면 극빈 가정에 대한 출산장려금 지원을 연장할 예정이다. 이 목사는 "미혼모 주거공간 마련과 자활·직업훈련, 보육원을 떠난 18세 이상 청년을 위한 '청년 장학관' 확대 등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