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았던 헌법재판소 5기 재판부 5인이 19일 6년 임기를 마치고 헌재를 떠났다. 그러나 후임자 인선이 아직 완료되지 않아 헌재는 전례 없는 ‘4인 체제’에 놓이게 됐다. 이진성 헌재소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헌법재판권은 권력이나 권한일 수 없다”며 “재판다운 재판을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일 뿐”이라며 헌법 재판의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권력으로 생각하는 순간 오만과 과욕을 부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염두에 둔 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이수 재판관은 “진보정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고뇌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팽팽한 긴장의 시간들도 있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며 지난 6년을 회고했다. 김 재판관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 당시 재판관 9인 중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이로 인해 지난해 9월 야당의 반발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고비를 맞기도 했다.
김창종 재판관도 “지난 6년 동안 헌재에 접수된 사건이 1만3009건이고 3215건을 전원재판부에서 처리했다”며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은 향후 헌재가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이 퇴임하면서 헌재에는 유남석·이선애·서기석·조용호 4인의 재판관만 남게 됐다. 현재 국회 추천 몫인 김기영·이영진·이종석 재판관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은애·이석태 후보자 등 5명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끝났지만, 아직 최종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서다. 일단 국회 몫의 세 후보자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바로 임기를 시작할 수 있다. 반면 부결되면 상황은 장기화된다. 대법원장이 지명한 두 후보자도 야당이 ‘코드인사’라며 반발하고 있어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미뤄지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재판은 의무이자 책임… 권력으로 여기면 오만해져”
입력 2018-09-20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