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경 기자의 응답하라 교회언니] 명절에 행복하려면

입력 2018-09-21 16:10

내일부터 5일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매년 명절 연휴마다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단어가 있습니다. 명절증후군입니다. ‘명절을 앞두고 받는 스트레스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증상을 겪는 것’을 뜻합니다.

주요 포털에서 ‘명절증후군’의 관련 검색어는 ‘명절 이혼’ ‘명절 스트레스’ ‘명절 시댁’과 같은 용어입니다. 그만큼 가족이 모이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몇 달 전 설 연휴에는 며느리가 본 ‘시(媤)월드’를 가감 없이 묘사한 웹툰이 SNS에서 많은 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미국인에게 크리스마스는 대체로 온 가족이 모이는 행복한 날로 기억됩니다. 이들처럼 우리나라 사람도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을 행복하게 기억할 순 없는 걸까요.

가정사역 및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명절증후군을 피하고 명절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비결로 ‘가족 간 소통’과 ‘의식의 전환’을 꼽았습니다. 정신분석학자인 이무석 전남대 명예교수는 “내담자 중 의사인 손아래 동서와 자신을 시어머니가 차별해 명절 때마다 심적 고통을 호소한 중년의 가정주부가 있었다”며 “시어머니나 남편에게 터놓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열등감과 체면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명절 음식 마련 등 가사 노동도 가족을 행복하게 해 준다고 생각하면 고통이 덜한데 손아래 동서보다 못나서 일한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로 다가온 것”이라며 “속으로 미우면서 겉으로만 순종하는 게 효도가 아니다. 힘든 점이 있다면 가족과 소통하며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교수는 핵가족 시대엔 부모 세대도 명절증후군을 앓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모처럼의 명절로 집안이 북적였는데 연휴가 지나 자녀가 떠나니 마음이 허전해 입맛도 떨어지고 밤잠도 못 자는 증세를 호소하는 어르신이 꽤 있다는 겁니다. 그는 “한 60대 여성의 경우 명절에 귀성한 아들이 도착 전화를 하지 않아 병원을 찾은 경우도 있다”며 “명절이 지나면 마음의 공허감을 느낄 노령의 부모를 위해 귀성 후 꼭 전화를 드리자”고 강조했습니다.

가정사역자 김향숙 하이패밀리 공동대표는 행복한 명절을 보내기 위해 ‘돈’ ‘말’ ‘일’을 조심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평소보다 돈 들어갈 일이 많고 가족에게서 덕담 아닌 악담을 들으며 일을 분담하지 않으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승진, 취직, 진학 등을 말할 땐 상대를 배려하고 노동은 가족 모두가 분담한다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명절 때마다 기독교인을 고민케 하는 제사에 대해서도 조언했습니다. 김 대표는 “제사가 기독교인에게 우상숭배로 보일지 몰라도 무교인 친척에겐 부모 공경의 표시”라며 “제사를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음식 장만도 돕고 기도로 조상을 추모하는 자세를 보여 섬김의 본을 보이자”고 당부했습니다.

두 전문가의 조언을 조합해 보면 ‘서로를 배려해야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는 명절증후군 대신 가족과의 즐거운 추억이 풍성한 추석 명절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