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무궁화 축구단 해체’ 싸고 진실공방

입력 2018-09-19 04:00
아산 무궁화 축구단 선수들이 지난 15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K리그2 광주FC와의 경기에서 박세직의 골이 터진 뒤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14일 경찰청이 아산 구단에 보낸 공문. 공문에는 "2019, 2020 시즌 리그 참가를 위한 추가 선수선발 계획이 없다"고 적혀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찰청이 산하 K리그2 아산 무궁화 축구단을 사실상 해체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경찰청 간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최근까지 경찰대학에서 축구단 유지 의사를 피력했다”고 한 반면,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축구단 해체 의견을 전달했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신경전 속에 아산 소속 선수들은 당장 내년부터 갈 곳을 잃게 됐다.

프로축구연맹은 1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올해부터 아산에 선수를 충원하지 않기로 한 경찰청을 비판했다. 경찰청 산하 경찰대학은 지난 14일 아산 구단에 공문을 보내 “2019, 2020시즌 리그 참가를 위한 추가 선수 선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연맹은 “아무런 사전 협의나 후속 대책 없이 이뤄진 결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연맹은 경찰청에 선수 선발 중단 조치에 대해 항의하고 이를 유예해달라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연맹은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의경 제도에 따라 내년까지 아산무궁화축구단을 유지하고 2020년에 시민구단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 지난여름 연맹이 아산시, 경찰대학측과 함께 구단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지만 올해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절차상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해 1월 연맹과 아산시, 경찰대가 체결한 ‘아산무궁화 프로 축구단 운영 협약’은 “정책 변경 등으로 인해 협약을 이행할 수 없을 시 사전에 3자 회의를 통해 합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연맹은 3자 회의는커녕 관련 문서 하나 받은 적 없다며 비판했다.

경찰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임종하 경찰청 경비과장은 이날 “지난해부터 실무자를 통해 체육단 같은 특기 의경 모집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이를 감안해 미리 충분한 숫자의 선수를 선발하라고 제안했지만 구단 사정상 어렵다고 들었다”고 했다.

주장이 엇갈리는 사이 리그 2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1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는 아산은 공중분해 될 처지에 놓였다. 내년 2월까지 12명의 선수가 전역하는 아산은 하반기에 선수를 새로 뽑지 않으면 14명밖에 남지 않는다. 클럽별 등록 선수는 최소 20명이어야 한다는 K리그 규정에 미달될 경우 다음 시즌 리그에 참여할 수 없다. 연맹과 경찰청은 “선수들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