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잘못 송금한 돈, 80% 되찾는다

입력 2018-09-18 18:38

A씨는 지난해 6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지인에게 90만원을 송금하려다 전 직장 동료 B씨에게 잘못 보냈다. B씨는 A씨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은행도 B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돈을 받아내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A씨처럼 ‘착오송금’으로 돌려받지 못한 돈이 은행권에서만 1115억원(5만2000건)에 달한다. 건당 214만4000원꼴이다. 착오송금으로 신고된 2385억원(9만2000건) 가운데 56.3%는 돌아오지 않는 돈이 돼버렸다.

이르면 내년부터 이렇게 착오송금한 돈 중 80%를 바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착오송금 구제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착오송금 규모는 2013년 6만건에서 지난해 9만2000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송금액 30만원 이하가 전체 건수에서 51.6%를 차지한다. 온라인·모바일 금융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고객 실수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은 잘못 송금한 돈을 받은 사람이 돌려주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제기해 받을 수밖에 없다. 소송을 걸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생긴다. 은행도 돈을 직접 돌려줄 권한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예금보험공사가 착오송금을 확인하고 송금자에게 송금액의 80%를 일단 돌려준다. 예금보험공사는 잘못 보내진 돈을 받은 사람에게 소송을 제기해 이미 지급한 돈을 회수한다. 착오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인 경우, 송금액이 5만∼1000만원인 경우가 구제 대상이다. 금융위는 연간 착오송금 건수의 82%, 금액으로 34% 정도를 구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는 시행을 해본 뒤 대상과 구제액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착오송금 구제를 위해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입법을 거쳐 내년 상반기쯤 사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예산과 재원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으로도 생활 속 작지만 꼭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아내 바꾸겠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