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는 절도 등, ‘대법원 문건 반출’ 첫 구속영장 청구된 전 수석재판연구관

입력 2018-09-18 18:13 수정 2018-09-18 21:46
사진=뉴시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법원 기밀문건 수만건을 불법 반출한 혐의 등으로 유해용(사진)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재 변호사)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해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청구한 구속영장에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절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기재했다. 유 전 연구관은 2014년 2월∼2017년 1월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으로 일하면서 취득한 수만건의 기밀문건 파일을 지난 2월 퇴직하며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이었던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측의 특허 소송 상고심 등에 대한 정보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근무 당시 관여한 소송을 퇴직한 뒤인 지난 6월 11일 수임했다고 보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이 소송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가 소부(小部)로 되돌아가 그해 6월 28일 원고승소로 확정되는 과정에서 원고 대리인을 맡은 유 전 연구관의 역할이 있었다고 의심한다. 유 전 연구관이 선임된 지 17일 만에 선고가 난 점도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변호사법은 공무원 재직 당시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 수임을 제한하고 있다. 유 전 연구관은 “그 사건의 배당, 연구관 지정, 보고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수사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혐의를 받는 핵심 인사들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 사실상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다는 안팎의 우려가 반영됐다. 유 전 연구관이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을 잇는 ‘재판거래 키맨’으로 떠오르면서 그를 집중 수사할 필요성도 커졌다. 그는 앞서 검찰에 두 차례 공개 소환조사를 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반출 문건 파일 대부분을 유 전 연구관이 지난 6일 폐기하면서 증거인멸 논란이 불거진 점도 구속영장 청구 이유”라고 했다.

검찰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행정처와 청와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거래 의혹’에 연루된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정운호 게이트’ 수사 기밀을 행정처에 ‘직보’한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19일 오전 소환해 조사한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소속 검사 일부, 방위사업수사부 검사 일부도 최근 수사에 추가 투입했다.

문동성 이가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