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 낭비하고 통계 혼선 키우는 가계조사 개편

입력 2018-09-19 04:05
통계청이 소득주도성장의 소득분배 효과와 관련, 논란이 됐던 가계동향조사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각각 진행되는 가계소득조사와 가계지출조사를 앞으로 통합해 진행하는 게 골자다. 통계청은 내년까지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가계동향조사만 발표하며, 2020년부터는 ‘통합 가계동향조사’만 발표한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는 분기별로 나오는 기존의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외에 통합 가계동향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황당한 상황이 현실화됐다.

이번 개편안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통계청이 도입하려는 조사 방식인 ‘가계부 기장’은 유경준 전 통계청장 시절에 응답률이 너무 낮아 포기한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는 소득 통계의 정확도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선진국에서는 이제 쓰지도 않는 조사 방식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통합 가계동향조사가 분기별로 나오고 연말에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 나오면서 소득분배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등이 2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통계청은 공식 지니계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분기별 통합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 등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매년 공식 지니계수와 비공식 지니계수가 유통됨으로써 이념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진영 간에 논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모든 사달의 출발은 유 전 청장 시절 올해부터는 가계소득 관련 지표를 1년에 한 번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로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뒤집은 것이다. 올해 분기별 조사 부활에 28억5300만원이 든 데 이어 통합 가계동향조사 개편에 159억4100만원의 예산이 또 투입된다. 여권이 잘못 끼운 첫 단추인 분기별 조사를 유지하려다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되고 통계 혼선은 더 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