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기 몇 시간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렸다. 미국이 소집한 회의의 풍경은 한반도가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려 한다고 비난했고, 러시아와 중국은 “제재는 수단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충돌이라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갈등은 첨예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던 지난해 유엔 안보리는 매번 만장일치로 제재를 결의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열쇠를 쥐었던 중국까지 적극 동참하자 불과 몇 달 만에 북한은 스스로 대화 테이블에 나왔다. 이후 시작된 평화의 여정은 제재와 대화가 합작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한국 정부의 일관된 대화 메시지가 북한의 방향 선회에 큰 역할을 했지만, 유엔 안보리의 일관된 압박이 없었다면 그렇게 극적인 변화는 결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공개적으로 표출된 미국과 중·러의 갈등은 국면 전환을 가능케 했던 국제사회의 한목소리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말해준다. 대단히 우려스럽다.
미국은 안보리에서 아직 대북 제재를 완화할 때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제재만으론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남북 대화와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맞섰다. 미국의 주장은 현실적이고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은 원론적이다. 그동안 국제사회 대응은 양측을 절충한 것이었다. 제재를 지렛대 삼아 대화를 촉진하는 전략으로 총론적 합의를 끌어냈다. 그것이 각론에서 장애물을 만난 시점에 다시 이견이 불거졌다. 국제사회의 한목소리를 깨뜨린다는 점에서, 대화가 분수령을 만난 상황이란 점에서 균열의 내용과 타이밍이 모두 좋지 않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알려준 지혜는 압박과 대화가 병행돼야 북핵 해결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었다. 이 기조를 흔드는 일은 어떤 명분도 정당화해줄 수 없다. 안보리 회의에서 다른 이사국들이 정답을 말했다. 국제사회는 제재 이행에 단합하면서 남북의 대화 노력을 응원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주한 유엔군사령부 문제도 거론했다. 시대착오적이라고 했다. 북한의 유엔사 해체 주장을 연상케 한다. 갑자기 이런 의제를 들고 나온 양국의 속내를 면밀히 분석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사설] 고성 오간 안보리… 국제사회 대북 균열 심상찮다
입력 2018-09-1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