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조준모] 노동시장 대혼돈 시작됐다

입력 2018-09-19 04:00

청와대 정책실장은 금년 말, 여당 원내대표는 내년 초에 일자리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전망들이 올 상반기부터는 추세선에서 크게 이탈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정부의 2018년 상반기 일자리 전망과 실적치를 비교해보면 28만7000명 증가 전망에서 실적치가 14만2000명으로 반토막 났다. 그러니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통계 정치에 국민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전망 실패, 통계정치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2년간 최저임금 29% 인상, 유연성 없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급격한 노동정책 변화가 노동 현장에 동시다발로 몰아쳤다. 이런 변화가 경제주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기존 노동시장 패러다임을 파괴하는 뇌관을 건드렸을 수 있다. 이는 과거에 경험하지 않았던 대혼란이 노멀이 되는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을 의미하며, 이는 과거 추세에서 벗어나 ‘불연속(discontinuous)’과 ‘불규칙(erratic)’ 변화를 특징으로 한다.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자동화는 확대되고 있으며, 법의 사각지대인 비공식 노동시장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초단시간 근로자의 비중이 급증해 급기야 8월에는 전체 근로자의 6.8%에 이르렀다.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인상 압력을 못 견뎌 무급가족 종사자 및 최저임금 미만의 미등록 근로자 사용 비중이 증가하는 속도도 전에 없이 빠르다. 또한 5∼8월 고용동향에서 교육서비스업 종사자가 평균 8만명 급작스럽게 감소한 것도 학령인구 감소 등 추세적 요인으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고용 총량은 급감하는 상황에서 상용직이 증가하며 임시·일용직은 대폭 감소하는 현상,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은 증가하면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이 급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동시장에 태풍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질서 있는’ 경제 체질 개선이라는 정부의 해석은 억지다.

혼돈의 노동시장에서는 과거 노멀 노동시장 데이터를 이용한 전망치는 의미가 없게 된다. 그간 노동시장에서 1% 성장하면 일자리가 10만개 순증한다는 올드 패러다임이 신봉됐다. 지난해 고용지표는 상반기에 양호하다 하반기에 하락하는 상고하저(上高下低)를 보였다.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는 하반기 지표가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용 참사라고 할 수밖에 없는 7월(5000명), 8월(3000명)의 취업자 증가는 이러한 기저효과의 순환이 틀렸을 가능성과 함께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혼돈의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을 시사한다.

그간 통계로 소득주도성장을 옹호하려던 통계정치는 역설적으로 통계의 역습을 받는 형국이다. 작년 말 소득주도성장 성과를 홍보하려고 통계청이 폐지 예정이었던 가계소득 동향 조사를 살리고 심지어 예산까지 증액한 그 통계들이 배신을 하며 부메랑을 날리고 있다. 노멀 노동시장에서 소득주도성장→통계정치→지지율 상승의 기대가 소득주도성장→노동시장 대혼란→노동시장의 불확실성 증폭→통계정치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매월 고용동향, 분기별 가계소득동향 등 통계 변화의 원인에 대해 날씨, 중국인 관광객, 과거정부 책임, 인구 구조 등 쥐어짜기 식으로 해석하고 일부 좋은 것만을 과장해 포장하는 통계정치는 내려놓자. 고용 참사는 참사대로 수용하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근본적 원인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 경제정책 수정 메시지는 분명할수록 좋다. 남은 임기 동안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 수준으로만 올리고 세금주도성장이라 비판받는 산만한 보조금 구조는 구조조정해야 하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정책에 인력과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형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과 산업규제 완화 개선 등의 선명한 신호만이 노동시장에 새 질서를 회복시킬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혼돈에 빠진 노동시장이 통계정치에 대한 응징을 지속할 것이다.

조준모(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