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부동산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17일 은행 대출창구에선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올 스톱’됐다. 가계대출 규제라는 큰 물길은 잡혔지만 세부 항목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대출받을 수 있는지, 한도는 얼마까지 가능한지를 알아보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폭주했다. 창구 직원과 고객 사이에 혼선도 빚어졌다. 추석 연휴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이미 대출 상담을 받았던 고객들은 자금줄이 막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출을 내주는 은행 측도 답답하다. 규제가 복잡해지면서 은행 입장에선 확인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 은행 전산시스템으로는 대출 신청자가 주택을 몇 채 보유했는지 알 수 없다. 국토교통부 주택소유시스템(HOMS)에 보유 내역 조회를 의뢰하거나 대출 신청자에게 납세 관련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 생활안정 용도로 대출받은 가구의 주택 보유 상황도 3개월마다 살펴야 한다.
한 은행의 여신담당 직원은 “금융 당국이 대출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을 내려주길 기다리고 있다”며 “고객에게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하루 이틀만 더 기다려 달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여신담당 직원도 “섣불리 한도를 설명했다가 향후 대출 실행이 불가능할 경우 민원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고객에게 설명할 때도 ‘정부 정책에 따라 이 정도가 가능하지만 정확한 지침이 내려올 경우 달라질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말했다. 혼란이 확산되자 금융 당국은 이날 밤 은행연합회를 통해 생활안정자금 특약 문구 등을 담은 ‘은행권 실무 FAQ(자주 묻는 질문들)’ 자료를 은행권에 배포했다.
대출규제가 촘촘해지면서 은행권 영업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014년 이후 규제가 완화되자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등 안정적 수익이 나오는 가계대출에 집중해 왔다. 은행권의 총 대출 가운데 가계대출 비중은 2013년 50.5%에서 지난해 53.3%까지 몸집을 불렸다. 최근에는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로 ‘풍선효과’마저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손쉬운 ‘전당포 영업’만 한다는 비난도 받는다.
은행권은 당장 9·13 대책에 따른 타격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고심 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가계대출 등 보수적 영업에 치중해온 건 사실”이라며 “우량 중소기업, 자영업자 대출 등 틈새시장을 발굴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 등 비생산적 분야보다 중소기업,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주택 대출 문의 쇄도하는데… 명쾌한 답변 못하는 은행
입력 2018-09-18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