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기인 한승희 국세청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은인자중형’으로 평가받는 한 청장은 언론 브리핑에 나서는 등 광폭행보 중이다. 반면 ‘마당발’로 유명한 김 위원장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금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 두 사람은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이다. 대학 졸업 이후 한 청장은 행정고시 33회로 관직에 입문해 국세청 요직을 거쳤고, 김 위원장은 교수로 일하면서 시민운동에 몸담았다. 걷는 길은 달랐지만 문재인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정 당국 수장으로 임명됐다.
지난 1년 동안 두 사람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살았다. 한 청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도 하지 않는 등 조용히 본업에만 충실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고용한파, 자영업자 위기가 겹치면서 한 청장은 변신했다. 그는 지난달 16일 영세 자영업자 세무조사 유예를 직접 발표했다. 국세청장이 언론 브리핑을 한 것은 20여년 만이었다. 한 청장은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 때에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옆에 앉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세청은 주택임대사업자, 고소득 사업자를 겨냥해 전방위 세무조사를 벌이는 등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중이다.
한 청장과 달리 김 위원장은 1년여 동안 외부 강연, 언론 인터뷰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전관 취업비리가 터지면서 달라졌다. 공정위는 체면을 구겼고 김 위원장 역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검찰에 기소된 지철호 부위원장을 업무 배제하면서 ‘월권’ 논란까지 불거졌다. 공정위는 9명의 공정위원이 1심 재판 기능을 하는 합의제 기구다. 김 위원장은 권한을 넘어서 지 부위원장을 심의에서 빼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17일 “곧 있을 노동조합의 간부 평가대상에 위원장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관가뒷담]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 동기 한승희와 김상조의 대조적 행보
입력 2018-09-18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