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에도 대책 마련했는데…, 반복되는 도심 실탄사격장 사고

입력 2018-09-17 18:14

서울 도심의 민간 사격장에서 30대 남성이 스스로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17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갈수록 증가하는 도심 실탄사격장의 안전 대책 마련과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6일 오후 8시쯤 서울 중구의 한 실탄사격장에서 방문객 홍모(36)씨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17일 밝혔다. 사격장 내부 CCTV를 확인한 결과 홍씨는 안전수칙에 따라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인적사항을 기재한 뒤 사대까지 사격장 직원과 동행했다. 총은 총구의 방향을 바꿀 수 없도록 체인으로 된 장치에 고정돼 있었다. 이 사격장은 이달 초 경찰의 안전 점검도 받았다.

그러나 홍씨는 갑자기 갖고 온 전기충격기로 직원을 공격했다. 직원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밖으로 뛰어나간 사이 홍씨는 사대를 넘어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실탄 사격장의 총기로 인한 인명피해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2001년 서울 목동의 사격장에서 채무에 시달리던 3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인천 옥련동 민간 실탄사격장에서도 40대 남성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2015년에는 부산의 한 사격장에서 방문객이 업주를 흉기로 찌르고 총기를 탈취해 도주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경찰은 관련법을 개정해 민간사격장 이용 관련 규정을 강화해 왔지만 이번 사고를 막지 못했다. 강화된 규정에 따르면 실탄사격장 방문객은 신분증을 보여줘야 하고 총기는 반드시 관리자나 종업원이 2명 이상 있을 때만 빌릴 수 있다. 총기는 쇠사슬, 자물쇠 등으로 고정시켜 전방 외의 방향으로 총구를 틀거나 총을 빼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내부에는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사격자의 행동을 녹화하도록 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직원이 손님과 동행한다 하더라도 모든 일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며 “현 제도 하에서 실탄사격장은 사실상 통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권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장총만 허가하는 등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사대에 유리칸막이를 설치하고 총만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총을 쏘는 데 다소 제한이 있더라도 더 안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는 총기 사용이 규제되는데 굳이 도심 한복판에 실탄사격장을 허가 내줄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며 “공기총 사격만으로도 실탄사격의 감을 체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격장 직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격장 직원은 총기 관리, 사격 통제, 사격장 시설 안전유지에 대한 교육을 받게 돼 있는데 교육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격의 제한도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제도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