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의 특성화고교인 한샘고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학교협동조합을 꾸려 매점을 운영하고, 매점에서 운영 수익이 나자 웨딩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나섰다.
17일 오후 춘천의 한 웨딩전문스튜디오에선 작지만 소중한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결혼식의 주인공은 식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어기영 김순식씨 부부다. 이들 부부는 턱시도와 드레스를 멋지게 차려입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다.
신부 김순식(53)씨는 “평소 웨딩드레스를 입고 이쁘게 화장도 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비용이 부담이 돼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한샘고 학생들 덕분에 평생 소원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날 결혼식은 한샘고 학생들이 준비했다. 학생들은 각자의 전공분야를 살려 드레스와 턱시도 제작, 헤어와 메이크업, 손톱·피부 관리 등을 도왔다. 패션디자인과 3학년 변은지양은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이용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샘고는 각자 다른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힘을 합쳐 진행하는 프로젝트 ‘한샘웨딩이야기’를 추진 중이다. 이 학교는 2016년 6월 특성화고교로는 도내 처음으로 학교협동조합 인가를 받았다. 이후 매점을 운영하며 수익과 규모가 커지자 웨딩서비스까지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미용학과는 메이크업, 조리학과와 화장품응용과학과는 쿠키와 향초 등 답례품, 패션디자인학과는 웨딩드레스, 디자인학과는 청첩장을 제작하는 등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 직접 적용한다.
올해 프로젝트 대상자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부부, 노년부부의 리마인드 웨딩, 신혼부부 등 5쌍이다. 사업 초기인 만큼 학생들의 경험을 쌓는다는 차원에서 전액 무료로 진행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문제점을 보완한 뒤 본격적인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프로젝트를 담당한 한샘고 공병준 교사는 “예비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바른 인성과, 전문직업교육, 기업가정신 함양 등 특성화고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매점 운영하고 웨딩서비스까지… 고교 맞아?
입력 2018-09-17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