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해외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며 보이스피싱으로 국내에서 수십억원을 가로챈 조직이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국내 피해자 수백명을 속여 68억원을 챙긴 혐의(범죄단체 등의 조직, 사기)로 이모(36)씨 등 86명을 검거하고 이 중 71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해외에 콜센터를 차려 놓고 국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금을 상환하면 저금리대출 상품으로 전환해 주겠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범행했다. 모두 312명의 피해자가 각각 500만∼6000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조직별로 중국(옌지, 칭다오)과 태국(방콕), 필리핀(마닐라)에서 콜센터를 운영했다. ‘큐큐’ ‘위챗’ 등 중국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국내 전화번호를 대량 구매·확보했다. 검거된 이씨는 태국 총책이다.
경찰은 조직 내에서 폭행과 협박이 만연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로 20대 초반인 조직원들은 “매월 500만원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모집책의 말을 믿고 중국 등으로 건너갔지만 실상은 달랐다. 조직은 이들의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국내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1000만원을 내고 가라”는 식으로 협박했다. 탈출을 시도한 조직원에게는 끓인 물을 부어 화상을 입혔다. “가족을 죽여 버리겠다”며 야구방망이로 때렸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 조직은 지난 1월 경찰에 첩보가 접수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중국 공안부의 협조를 받아 도피 중이던 8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경찰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총책 2명도 국제공조를 통해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경찰, 보이스피싱 무더기 검거… 68억 갈취, 탈출 조직원 폭행
입력 2018-09-17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