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악동 쿤스 작품 영종도에 왔다

입력 2018-09-18 04:03
현대미술의 거장 제프 쿤스(오른쪽)와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이 17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에 설치된 쿤스의 작품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쿤스는 전업작가로 나서기 전 뉴욕 월가에서 증권맨으로 일하기도 했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제공

17일 인천 영종도의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그룹이 운영하는 이곳에 ‘미술계의 악동’ ‘키치의 황제’ ‘미술계의 트럼프’로 불리는 미국 현대미술 작가 제프 쿤스(63)가 나타났다. 어김없이 자신의 브랜드가 된 노타이에 슈트 차림이었다. 이날 개관한 현대미술 전용공간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에 자신의 석고 조각 작품이 상설 전시되는 것을 기념해 방한했다.

“다시 한국에 와 기쁩니다. 벌써 네 번째입니다. 작업실에서 일할 때는 캐주얼하게 입지만 이런 행사에는 보다시피 때와 장소에 맞춰 양복을 입지요.”

상설 전시되는 쿤스의 작품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는 근육미를 한껏 자랑하는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의 조각상 어깨 위에 파란 유리 공을 얹은 작품이다.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 피렌체 광장을 연상시키는 공간에 설치돼 더욱 고대 조각 같은 아우라를 풍긴다.

그는 “게이징 볼에 헤라클레스 조각을 바라보는 관람자들의 모습이 비친다. 그들이 우주 안의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13년 작으로 총 3개 에디션 중 하나가 한국에 온 것이다.

‘파르네스 헤라클레스’는 고대 그리스 조각가 글리콘의 청동 조각을 모태로 한다. 이는 고대 로마시대에 대리석으로, 이어 19세기에 석고상으로 복제되며 유럽 각지 미술관에 퍼져 있다. 쿤스는 그런 고대 조각을 차용해 작품화한 것이다. 거장의 어깨 위에 쉽게 올라탄 게 아니냐는 지적에 “고대 조각상이 19세기에 대거 복제 전시되면서 여러 지역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파라다이스그룹도 그런 뜻에서 제 작품을 구입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트스페이스 개관 기념전은 패션 디자이너 겸 공연 연출가인 정구호씨가 기획을 맡았다. ‘무절제&절제’를 주제로 쿤스와 영국의 데미안 허스트, 한국의 김호득, 이배 등 국내외 작가 4명의 작업을 소개한다.

쿤스의 작품 옆에는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 연작 ‘아우러스 사이아나이드’가 벽화처럼 설치돼 있다. 이배 작가는 숯을 엮은 작품을, 김호득 작가는 한지를 늘어뜨린 작품을 선보였다.

쿤스는 생존 작가 중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작가다. ‘풍선 강아지’가 201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5840억 달러(640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국내에는 리움, 신세계백화점, 하이트진로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3000점 이상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며, 이달 미국 미술 전문 계간지 ‘아트뉴스’가 발표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합류했다.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사장은 최근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을 받았다.

영종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