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수뇌부 동행… ‘한반도 신경제구상’ 앞당기나

입력 2018-09-17 04:00
이재용·구광모 첫 방북, 최태원 두 번째 평양행
금강산·남북협력사업 관련 현정은·오영식 등도 포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수뇌부가 남북 정상회담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18∼20일 북한을 방문한다.

청와대는 16일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를 제외하면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하는 셈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명단을 발표하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오늘 출국해서 미국 상무부 장관 등 많은 미팅이 잡힌 것으로 들었다”면서 “자동차 관세 예외를 인정받는 것과 관련해 핵심 당사자로 오래 전부터 일정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북 경제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기업이 북한에서 사업을 할 기회는 사실상 없다. 때문에 이번 방북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보다는 경제 협력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추후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탐색전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 온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을 방문했던 최 회장을 제외하고 이 부회장과 구 회장은 이번이 첫 방북이다. 두 사람 모두 부친인 이건희 회장과 구본무 전 회장에 이어 부자가 북한을 방문하게 됐다. 특히 최근 총수 자리에 오른 구 회장의 경우 첫 번째 대외 공식 일정이 북한 방문이 됐다.

2000년 정상회담 때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방북길에 올랐고 2007년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동행했다.

4대 그룹을 포함해 경제계 인사는 모두 17명이 방북한다. 금강산 관광 등 오랫동안 대북사업을 이어온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을 비롯해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협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총재, 오영식 코레일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남북협력사업 관련 기업대표가 함께한다. 특히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에너지와 건설 인프라 부문에서 교류가 예상되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과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 등도 함께 방북 길에 오른다.

경제단체에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등이 포함됐다. 경제단체 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은 빠졌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개성공단 가동 조기 정상화를 비롯한 남북경협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IT업계에서는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쏘카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청와대는 “가급적 경제인과 경제단체장을 많이 모시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