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약해 온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원장 등 13명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용 마약류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적발된 법 위반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프로포폴을 의료 외 용도로 사용하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누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A성형외과 원장 홍모(50)씨와 상습투약자 장모(32)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또 A성형외과 부원장 정모(38)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다른 상습투약자 6명을 약식 기소했다.
홍씨는 지난 4∼6월 프로포폴 2만1905㎖를 247차례 상습투약자 10명에게 불법 투약하고 5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다. 검찰은 “프로포폴이 2011년 2월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역대 최대 불법수익과 투약량”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홍씨가 매입가 2908원에 불과한 20㎖짜리 앰풀 1개를 50만원으로 ‘뻥튀기’해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 의약품 사용 여부를 기록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최근까지 102차례 거짓으로 진료기록을 적어 넣거나 고의로 작성을 누락했다.
함께 구속 기소된 장씨는 프로포폴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중에도 외출 때마다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3∼8월 서울 강남 일대 병원을 돌면서 미용시술 명목으로 2억원 상당의 프로포폴 1만335㎖를 81차례 나눠 투약했다.
장씨에게 프로포폴을 공급해준 신모(43)씨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씨는 강남 소재 성형외과 영업실장 출신으로 장씨에게 1억300만원을 받고 호텔 등지에서 프로포폴 5020㎖를 투약해줬다.
또 다른 상습투약자 백모(31·여)씨는 3개월여간 A성형외과에서 42차례 1억1500만원을 지급하고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해 불구속 기소됐다. 이모(25·여)씨 등 8명도 이곳에서 모두 180차례 3억1300만원을 내고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거나 약식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원의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부검 결과 자료에 따르면 프로포폴로 인한 사망자가 61명에 이를 정도로 프로포폴 오남용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프로포폴은 심각한 오남용과 불법 투약 사례로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에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2908원을 50만원으로 뻥튀기, ‘프로포폴 투약장사’ 성형외과 원장
입력 2018-09-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