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100% 땐 보유세 50%↑ 거래세 낮춰 퇴로 열어줄 수도
고위험 DSR 기준 내달 발표… 후분양·분양원가 공개도 거론
문재인정부는 1년여 동안 8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동안 나온 부동산대책 가운데 9·13 대책은 세금과 대출규제까지 아우른 ‘종합세트’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다 정부는 향후 시장 움직임에 따라 더 센 대책이 나올 수 있음을 경고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신속하게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정부가 언급한 ‘추가 조치’는 무엇일까.
아직 정부가 내놓지 않은 ‘초강력 카드’로 공시가격 현실화가 첫손에 꼽힌다.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정한다. 시가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을 올리면 보유세는 당연히 인상된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사실상 ‘폭탄’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주택자 중 공시가격 합계가 5억원, 10억원, 15억원인 3가지 사례를 대상으로 시가를 100% 반영하는 공시가격을 적용한 결과 모두 보유세가 50%가량 인상됐다고 16일 밝혔다. 예를 들어 시가의 70%인 공시가격 2억5000만원짜리 주택을 2채 보유한 사람은 현재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시가의 100%를 반영하면 주택 2채 공시가격이 7억1400만원이 돼 종부세를 11만4000원 내야 한다. 재산세는 57만원에서 74만1000원으로 오른다. 종부세율과 재산세율은 현재 세율 그대로라는 가정 아래 계산한 것이다.
정부는 9·13 대책에서 공시가격을 점진적으로 현실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시기와 수준을 언급하지 않았다. 모든 주택 보유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산세까지 오르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대책에도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공시가격과 시가의 차이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극약 처방’을 쓸 수도 있다.
공시가격을 올린다면 부동산 거래세(취득세)를 낮춰 ‘퇴로’를 열어줄 가능성이 크다. 세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주택 보유자들이 시장에 주택을 풀면 공급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총 세수 대비 거래세 비중은 3.0%로 OECD 평균(0.4%)을 웃돈다.
또한 금융 당국은 대출규제 방안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고위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다음 달에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은행권에선 자율적으로 고위험 DSR 기준을 100∼150%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고 DSR 기준이 100%이고 연간 소득 5000만원의 직장인이 대출을 신청한다고 가정해보자.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5000만원을 넘으면 대출을 받기 까다로워진다. 다만 지금은 본부 심사 등을 거치면 가능해 ‘고무줄 운영’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 당국은 이 기준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고 DSR 기준을 80%로 정하고, 금융회사들이 고 DSR을 적용하는 대출의 비중도 제한하면 그만큼 대출 총량이 줄게 된다.
정부가 무작정 수요만 압박하는 건 아니다. 공급확대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오는 21일 1차로 수도권 지역의 공공택지 공급 계획을 발표한다. 정부는 수도권에 공공임대주택 30만 가구를 지을 방침이다.
한편 현재 30년인 재건축 연한 40년으로 연장, 후분양제 의무화, 분양원가 공개 등도 정부가 다급할 때 꺼내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거론되고 있다.
세종=정현수 기자, 나성원 기자 jukebox@kmib.co.kr
9·13 대책에도 집값 더 오르면 남은 카드는?… 공시가 현실화로 보유세 강화·DSR 규제
입력 2018-09-17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