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항서 직접 영접… 곧바로 공식 회담할 듯

입력 2018-09-17 04:04
3차 남북 정상회담 선발대 단장인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가운데)이 16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육로 방북에 앞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오른쪽은 권혁기 춘추관장. 뉴시스

서해 직항로 이용 평양으로… 숙소는 백화원 영빈관 유력
양 정상 대동강변 걷거나 번화가 여명거리 산책 관측
귀국 前 산업현장 시찰 예상… ‘퍼스트레이디 외교’ 전망도


“좋은 열매를 키워가는 가을에 평양에 오시면 대통령 내외분을 성대하게 맞이하겠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하며 한 약속이다. 문 대통령은 18일부터 사흘간의 평양 방문에서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들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18일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국제공항으로 향한다. 북한은 공항 영접에서부터 최고의 예우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관례대로 김 위원장이 공항에서 직접 문 대통령 내외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북한의 ‘2인자’로 평가받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이 함께 영접을 나올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과 2007년 남측 정상을 직접 영접했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동행함에 따라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 여사도 공항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공항에서 북한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한 뒤 평양 시민들의 ‘연도 환영’ 속에 숙소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 내외가 머물 숙소는 백화원 영빈관이 유력하다. 평양시 대성구역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은 북한이 정상급 외빈에게 제공하는 곳이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백화원 영빈관에 묵었다.

남북 정상이 지난 4월과 5월 이미 두 차례 만난 바 있어 첫날부터 곧바로 공식 회담이 시작될 수도 있다. 저녁에는 공식 만찬 행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날인 19일에는 합의문 채택을 위한 본격 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회담 장소는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 청사 회의실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올해 문 대통령의 특사단 방북 때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1차, 2차 방북 때도 이곳에서 접견했다. 남북 정상 간 합의문은 둘째 날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 내외가 북한이 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북한은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지난 9일부터 새로운 집단체조 공연을 시작했다. 드론과 미디어아트 기법을 적극 활용한 공연에 김 위원장이 ‘커다란 만족’을 표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 주요 일정에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공연과 달리 이번에는 반미(反美)나 핵무력 과시 메시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문 대통령 내외로서는 관람에 부담이 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지막 날은 김·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환송오찬을 마친 뒤 귀국길에 오르는 방안이 유력하다.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 등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을 강조해 온 만큼 환송오찬 전 경협 관련 산업현장을 둘러볼 가능성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방북 마지막 날 평안남도 남포의 평화자동차 공장과 서해갑문 등을 방문했다. 양 정상이 방북 첫날 또는 둘째 날에 야경을 배경으로 대동강변을 걷거나 평양의 번화가인 여명거리를 산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여사가 김 여사의 방북 일정에 동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과거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북한의 병원과 유치원, 역사박물관 등을 둘러봤는데 당시엔 북한의 대남 기구 여성 관계자들이 안내를 맡았다. 하지만 이 여사와 김 여사가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상견례를 한 만큼 이번에는 두 사람 사이 ‘퍼스트레이디 외교’가 벌어질 수 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