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가 아닌 삼면이 바다로 열린 천혜의 반도국가입니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에게 바다와 미래는 동의어인 듯했다. 그는 지난 12일 부산 부경대 총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서 빈곤에서 벗어났지만 다음 스테이지를 고민해야 한다. 답은 바다”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산하 세계수산대학(WFU)의 부경대 유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성사된다면 국내 해양수산 분야에 한 획을 긋는 일이다. 이미 7부 능선 이상은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FAO 수산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이고 내년 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세계수산대학 유치의 의미에 대해 “세계수산대학은 세계해사대학을 벤치마킹해 추진되는 유엔 산하 대학이며 세계해사대학은 국제해사기구가 1983년 스웨덴에 설립한 해사 분야 대학”이라면서 “이 학교 동문들은 세계 해양산업을 이끄는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해양수산 분야에서 부경대의 브랜드 가치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외교력이 커지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이어 “우리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세계적인 해양 강국 틈바구니에 있다.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연안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나라들이 어자원을 남획하거나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고 적정한 어획도 하고 자원 관리를 하도록 기술을 전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수산대학은 지난해 9월부터 부경대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반응은 좋다고 한다. 양식기술, 수산자원관리, 수산사회과학 등 3개 학과에서 45명이 공부하고 있다.
김 총장은 “FAO 회원국 가운데 17개 개도국에서 4.3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인재들이다.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우간다 아이티 등에서 왔다. 수산 기술로 기아와 영양실조를 없애겠다는 꿈을 우리 학교에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수산대학 유치에) 중국도 상당히 관심을 표하는 걸로 알고 있다.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해양수산 분야는 우리 대학이 대한민국의 대표다. 국제적으로 학자들끼리는 부경대가 한국 최고라고 인정한다. 그래서 2007년부터 60개국 620여명의 해양수산 공무원 등이 우리 학교에 와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축은 공업 인력으로 중소기업이나 부품, 소재 소기업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용당캠퍼스는 지역 중소기업과의 협력 허브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부경대는 해양수산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바다생물자원 개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의료와 미용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해양생물자원은 무궁무진하다고 김 총장은 덧붙였다.
김 총장은 정부 고등교육 정책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우리 대학 정책은) 학령인구 감소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대학들이 점점 줄어드는 국내 학생만 나눠서는 곤란하다. 유학생 유치, 평생교육 활성화, 해외 진출 등 활로는 얼마든지 있다. 고급 인력도 넘친다. 많은 인재들이 시간강사하기도 하고 이상한 곳에서 일한다. 해외로 나갈 인프라는 충분하다. 이제 정부가 대학을 믿을 때도 됐다”고 말했다.
부산=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인터뷰] 김영섭 부경대 총장 “세계수산大 유치해 바다 생물자원 개척할 것”
입력 2018-09-17 04:04